수필

느림보 산책

圓鏡 2008. 6. 22. 20:08

 

이른 아침에 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우산을 쓰고, 늘 다니던 안양천 제방으로 나섰다. 빗 줄기가 점점 더 굵어져서 걸음을 빨리 걸을 수가 없었다. 

늘 다니던 길에는 산책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안양천변 도로로 건너편 서해안고속도로에서 들려오는 소리로 소란스럽던 산책로였다. 

제방의 산책로에 인적이 드물었다. 안양천 고수부지 산책로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제방에는 굵은 모래들이 깔려 있어서 평소보다 더 발자국 소리가 크게 들렸다.

양팔을 흔들면서 바쁜 걸음걸이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비 내리는 산책로를 그렇게 평소처럼 걸을 수가 없었다.

마치 고양이가 쥐를 잡으러 가는 발자국처럼 조용조용히 한 걸음 한 걸음을 앞으로 내디뎠다. 좌우로 차량 소음이 있긴 하지만 인파가 없는 산책로를 조용조용 걸어가는 기분도 꽤 좋았다. 색다른 맛으로......

가끔 주변을 돌아보면서 빗방울을 머금고 있는 갈대잎을 감상하면서 때로는 내 발자국 소리에 온 정신을 집중해보기도 하면서.........  혼자서 우산쓰고 산책하는 기분도 색다른 것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비가 그치고, 하늘이 잠시 맑게 개였다. 비온 후에 맑은 공기, 깨끗한 주변환경이 기분까지 맑게 하였다. 산책로 주변에 심어 놓은 백일홍은 마치 법당에 향을 피워 놓은 듯한 기분을 가지게 하였다.

2008. .6. 22  일요일 아침에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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