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꽃비가 내린 후, 상쾌한 아침

圓鏡 2008. 6. 3. 08:28

어제는 퇴근시간부터 굵은 빗줄기가 하염없이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지금 농번기가 다가오고 있어서 비가 내리는 것이 좋을 것같긴 하지만, 볼 일이 있어서 바깥 출입을 하기엔 아주 불편하였다. 6시 반경 굵은 빗줄기는 금방 기와지붕 처마를 타고 낙수가 되어, 마당을 적시고 물줄기가 형성되었다. 평소에 많은 신도들로 다소 소란스럽기도 하던 도심의 사찰에도 신도들의 발길이 뜸했다.  경내 가로등 불빛 아래 굵은 빗줄기 소리가 고요함을 더해주고 있어서, 도심이 아니라 마치 깊은 산속의 산사처럼 느껴졌다. 늦은 밤 아파트 단지에 내리는 빗줄기의 소리도 대단하였다. 이른 아침 출근길에는 장미꽃 넝쿨 아래 장미꽃잎이 많이 쌓여 있고, 감나무 아래도 하얀 감나무꽃과 빗물에 흘러내린 흙이 뒤섞여 있었다. 오늘 아침은 대지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고, 만물이 물기로 가득하였다. 강변북로를 달리다 보면, 늘 뿌연 안개로 가시거리가 짧았지만, 오늘 아침 만큼은 나의 시력이 수 십배 정도로 갑자기 좋아진 것처럼 느낄 수 있었다. 만물이 깨끗하고 선명한 도시 미관 그리고 상쾌한 아침 공기가 어제의 불편함을 모두 상쇄시키고도 남음이 있는 아침이다. 이런 환경 속에 살아간다면 우리의 건강한 삶이 보장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늘 답답한 도시 매연 속에서 살아가는 도시민들로서는...........   2008.6.3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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