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장미의 계절

圓鏡 2008. 5. 23. 00:06

퇴근 길에 아파트 담장 너머로 예쁜 얼굴을 내밀고, 담장 사이사이로 얼굴을 쏙쏙 내밀고 있는 놈들의 얼굴이 아주 예쁘다. 크지도 작지도 않는 샛빨간 장비가 다발로 피어있다. 무성한 나뭇잎을 배경으로 샛빨간 꽃송이가 무척 아름답게 피어있다.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는 길은 날이 어둑어둑 저물어 가고 있었다. 조금은 멀리서 비치는 가로등 불빛에 의지하여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이번 주말 그리고 다음주까지는 장미꽃이 만발하는 시기가 될 것 같다. 장미꽃으로 이어지는 담장을 따라 아파트 입구에 들어섰더니 이제는 정원 곳곳에 커다란 꽃송이를 자랑하는 색깔이 다른 장미들 나를 반갑게 맞이 하였다. 이젠 날도 저물었다. 어둔운 가운데 노란꽃, 분홍꽃, 주황꽃, 붉은꽃 .......... 집에 와서 보니 어두운 가운데 찍어서 제대로 보이는 사진은 한 장도 없었다. 이번 주말에 다시 한 번 찍어봐야 겠다.

 

아파트 단지마다 울타리에는 하나 같이 붉은 장미를 약속이라도 한 듯이 심어놔서 어디를 가나 장미꽃으로 수놓은 듯이 담장마다 즐비하게 피어 있다. 그리고 우리집 입구에 있는 감나무도 감꽃을 피우려고 꽃봉우리를 보여주고 있다. 어릴 때 아침 일찍 일어나서 감나무 밑에 하얗게 떨어진 감꽃을 주워 먹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감꽃을 줄에다 꿰어서 목걸이도 만들어 목에다 걸고 다니던 일, 봄철에는 산에서 진달래 꽃잎도 따 먹었다. 그게 맛이 있어서 일까? 배가 고파서 였을까?  아무튼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순간들이었던 것같다.

 

요즈음 콘크리트 건물 속에서, 복잡한 도심에서 씩씩하게 자라는 아이들이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어릴 때는 소 먹이는 목동이 되어, 산으로 들로 다니면서 자연의 부분으로 내가 함께 성장해왔던 시절, 나를 감싸주고 키워주었던 고향의 산과 들을 생각해본다. 자연인으로 자연스럽게 살아오던 어린이가 지금은 세속의 탐진치에 물들어 있는 이 몸둥아리를 다시 깨끗하게 해보겠다고 열심히 수행정진하고 있다.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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