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중순에 난생 처음 색다른 프로포즈를 받았다. 주례를 봐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하신 분들의 입장에서 난처할 것 같아서, 주례 서줄 것을 수락하긴 했지만, 하고보니 내 입장이 더 난처하였다. 주례사를 준비하는데 충분한 시간이 있어서 주례를 수락하긴 했다지만, 처음 해보는 것인지라 긴 시간이 오히려 나를 긴 시간 동안 부담스럽게 해왔었다.
아무튼 지난 주 일요일 그 동안 꾸준하게 준비해 왔던 주례를 보았다. 얼떨결에 짧은 시간동안( 15분 내지 20분 정도 ) 신랑.신부 맞절로부터 시작해서, 혼인서약, 성혼선언, 주례사, 그리고 감사인사 식순 등을 주례자로서 진행하였다. 결혼의식을 마친 후, 하객석에 앉아 있었던 지인들의 평을 들어보니, 처음 주례를 선 것치고는 잘 한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내가 결혼한지 25년만에 예식장에서 서 있는 위치가 바뀌고 보니, 그 동안의 세월이 짧지 않았음을 느꼈다. 이제 두 아들이 군 복무하고 있을 나이니까..... 내가 군 복무하고 있던 시절 우리 부모님을 잠시 떠올려 본다. 그리고 주례사를 작성하면서는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지난 날을 반성해보는 기회도 되었다. 지나고 보니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고 부담스럽긴 했지만, 아주 큰 보람있었던 것으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날 결혼식의 두 주인공이 한 평생동안 행복하게 잘 살아가길 기원해 본다.
2008. 5. 11 (일 )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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