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날을 연상해보지만, 금년에는 아직도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날씨다. 맹하가 코 앞에 다가왔음에도 아직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은 날씨이다. 긴긴 초파일 행사기간도 이제 끝나고 모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구름산으로 발길을 향했다. 몇 달 만에 올라보는 구름산 아침 공기가 무척 상쾌하고 생각보다 등산객들이 적어서 걷기도 좋았다.
구름산이 소나무나 상수리나무 보다는 아카시아 나무가 절대적으로 많다는 것으로 요즈음 올라보면 알 수 있다. 아카시아꽃 나무가 구름산 대부분을 하얗게 덮고 있다. 군데군데 하야 찔레꽃도 보인다. 아카시아는 향기가 진한 데도 불구하고 오늘 아침에는 진한 향내음을 맡을 수는 없었다. 아마도 꽃이 만개해서 향기가 봄 바람타고 다 날아가버린 모양이다.
지난 3월에는 진달래꽃이 여기저기 구석진 곳에서 조금씩 보여서 희귀한 값어치가 있어 보였다. 4월에는 진달래보다는 더 진한 철쭉이 조금씩 보였고, 5월에는 칼러가 아닌 흑백사진처럼 하얀 찔레꽃과 아카시아 꽃이 구름산 여기저기 온 산에 허드러지게 많이 피어 있다. 하얀 꽃을 보면서 우리 절 대웅전에 매달린 하얀 영가등과 지난 이른 봄에 아주 눈이 부실정도로 하얗던 백목련이 떠오른다. 맑고, 깨끗한 이미지를 담은 꽃들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바세계는 탐진치로 인해서 고해의 바다를 이루고 있다. 우리는 이 고통의 바다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왜 탐진치가 생기는 것일까? 나와 남을 분별하는 이기심에서 생긴다고 한다. 우리가 좀 더 수행을 해서 동체대비의 연기법을 제대로 깨우칠 수만 있다면(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며 공감할 수 있다면 ) 탐진치로부터 벗어나고, 이로 인해서 고통의 바다를 떠날 수가 있을 것이다.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가테가테 파라가테 파라상가테 보디 스바하.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_()()()_
2008.5.17 아침 원경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