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안동 태사묘

圓鏡 2007. 11. 30. 00:07

 

오늘은 어제 부서원 중에 상을 당한 이가 있어서, 아침부터 서둘러 안동으로 향했다. 저녁에는 지난 주부터 잡아 놓은 다른 모임이 있어서, 정해진 시각까지는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서둘렀다. 평일이라 너른 고속버스 편으로, 주말과는 달리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따사로운 햇빛이 차장으로 들어왔지만, 졸기에는 아까운 시간이었다. 차창밖으로는 따뜻하고 고요함이 느껴지는 겨울 들녁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텅빈 들녁과 텅빈 산이 가져다 주는 의미는 지난 봄, 여름, 가을과는 달랐다. 아무튼 겨울을 맞이한 들녁과 산도 그 나름대로 아름답게 보였다. 꽃 피는 봄, 잎이 무성한 여름, 색상이 다양한 가을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겨울의 정취를 고요함과 함께 즐겼다. 버스는 3시간이 넘게 걸려서 안동에 도착하였다. 안동에는 자주 갈 기회가 없는데, 금년에는 지난 달 봉정사 다녀온 후 이번 달에도 방문할 일이 생겼다.

 

안동시 북문동, 안동의료원 바로 앞에 눈에 띄게 터를 잡고 있는 태사묘 사당은, 고색창연한 기와집이어서 쉽게 눈에 띄였다. 예전에도 가끔 볼 일이 있어서 안동을 방문할 일이 있었다. 그 때마다 우리 시조의 묘소와 사당이 있는 안동 땅에 와서, 그 곳을 한 번 가보지 못 하고, 시간에 쫓겨서 서둘러 귀가하곤 했었다. 오늘은 안성맞춤이다 싶었다. 상가에 조문 후, 점심식사를 서둘러 마치고, 동료들을 뒤로 한 채 혼자서 태사묘를 찾았다. 삼태사의 능은 안동시 서후면에 있고, 사당만 북문동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넓지 않은 터에 입구의 누각인 경모루와 숭보당, 태사묘, 보물각, 차전각, 동제, 서제, 안묘당 등의 전각들이 들어서 있었다. 모두 문이 잠겨 있어서 내부를 들여다 볼 수는 없었지만, 겉으로 봐서는 오래된 목조 건물이었다.

 

마침 사당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일흔은 족히 되어 보이는 노인 한 분과 마주쳤는데, 이것도 인연이어서 알고 보니, 김씨도, 장씨도 아닌 권씨였다. 나보다는 항렬이 한 대 아래였다. 태사묘에 처음 방문했다고 하는 나를 얼마나 반갑게 나를 맞이하는지, 초면인데도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옆 집 아저씨처럼 편하게 말을 건넬 수 있었던 것은, 동성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족하였다. 촌수로는 아저씨뻘인데  연하인 나에게, 삼태사 사당에 대한 유래( 오늘이 마침 삼태사 시제 )를 설명하시는데 신라말, 고려초의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잠시도 쉬지 않고 구석구석 걸어다니면서 설명을 해주셨다. 나는 아주 훌륭한 가이드를 만난 셈이었다. 귀가시간을 예약해둔 나로서는 아쉬웠지만, 열심이 설명하는 가이드의 말을 자르고 동료들과 함께 귀가하기 위해서 안동의료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귀가 길에는 안동에 사는 막내에게 오랫만에 전화를 걸어, 안부나 전하고 바쁘게 서울로 향했다. 늘 시간에 쫓겨 바둥거리며 살아가는 모습이, 사바세계에서 살아가는 중생들의 모습이런가?

 

2007.11.29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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