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겨울은 지나가고

圓鏡 2007. 11. 24. 21:30

여유있는 토요일 아침, 식사 후 곧장 등산복장으로 갈아 입었다. 어제 내린 가을비로 인해서 산 길은 아직 미끄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집을 나섰다.  오늘의 날씨는 금주 중 가장 포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저께 머리를 짧게 깍아서 그런지 목 주위에 추위를 느꼈다. 그래서 집을 나설 때에는 등산복에 달린 모자를 겹쳐서 쓰고 찬 바람을 막았다.

 

내 휴대폰에는 평소에 즐겨 듣던 mp3음악이 편집되어 있어서 나의 귀를 즐겁게 하는 음악이 쉼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구름산 입구에서부터 음악을 들으면서 천천히 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한 봉우리를 넘어서 가리대광장에 이르러서는 모자 하나를 벗었다. 비온 뒤 산 길은 생각보다 좋았다. 오히려 먼지가 일어나지 않아서 평소보다 걷기에 좋았고, 상수리나무와 떡갈나무잎이 등산길을 덮고 있어서 운치도 좋았다. 가을 비에 촉촉히 젖은 낙엽을 밟으면서 걷는 기분도 괜찮았다.

 

평소에는 도시소음으로 조용하고 차분한 음악은 별로 였는데,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조용한 산 길을 걸으면서 듣는 음악은 역시 조용하고 차분한 것이 제격이었다. 한 번 듣고 아쉬워서 두 번 세 번씩 같은 음악을 들으면서 산을 오르다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피곤한 줄 모르고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 이런 음악이 가을 비에 촉촉히 젖어 있는 낙엽과 조화를 이루어서 음악감상의 효과도 여느 때보다 훨씬 더 있었다.

 

하산 길에는 등산복 단추도 한 두 개쯤 열고, 움츠렸던 몸과 다리가 풀려서 기분 좋게 하산을 하였다. 산을 오를 때에는 늦 가을 기분이었는데, 내려올 때에는 겨울이 지나가고 봄으로 넘어가는 듯한 착각을 하였다. 비에 젖은 낙엽은 마치 2월 하순쯤 봄을 알리는 봄비를 맞은 것으로 보였다. 그것은 내 몸이 풀리고 나니까 기분이 달라져서 그런 것일 게다. 그래서 겨울은 이미 지나가고 봄으로 가는 듯한 기분으로 산행을 마쳤다.   

 

지난 4월 하순에는 새파란 새싹이었던 떡갈나무잎이, 7개월이 지난 지금에는 완전히 낙엽으로 변해 있었다. 사계절의 변화는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이어서, 이 변화에 따라 나도 변해간다. 나는 늘 그대로 있고 싶지만 세월이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부여되는 것이다. 공.공.공.공.공.공.공........

 

2007.11.24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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