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세월의 무상

圓鏡 2007. 9. 27. 18:45

이번 추석 연휴 때는 추석 하루 전 날 하향했다가 추석 이튿 날 귀가를 했는데, 상해, 하행 모두 평일 날 고향을 다녀온 기분이었다. 추석 이튿 날은 단단히 각오를 하고 고향 집을 나섰건만, 5시간 좀 더 걸려서 집에 도착했다. 모두 추석 이튿 날 많이 정체될 것이라는 뉴스를 보고, 추석 당일 많이 귀가를 시도한 덕분에 나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귀가한 것같다. 그래서 뉴스를 보고 그 반대로 행동을 취하면 맞을 것이라는 말이 맞는 것같다.

 

예전에는 세월의 무상을 잘 모르고 지냈건만 요즈음은 일년이면 크게 변화된 모습을 느낀다. 이게 왠 일일까, 내 나이 탓일까?  예리하게 사실을 관찰하는 통찰력이 뛰어나서일까?  아무튼 오랫만에 고향을 방문하거나 큰 행사에 참석해서 사람들을 만나면 예전과 같지 않게 그들의 변화된 모습을 일일이 보게 된다. 말로 소식을 들어서 알았건, 몰라도 얼굴에 씌여진 소식을 통해서 변화된 모습을 읽어 보게 된다. 나이들수록 좋은 소식보다는 좋지 않은 소식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 것 같다. 누가 아프다. 누가 유명을 달리했다. 누가 경제적으로 어렵다 등등...........  좋은 것보다는 좋지 않는 소식이 더 많이.................이번 추석 차례를 지내면서 나의 위치가 달라져 있는 것을 보고서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서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저께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 들었는데, 일본에 사는 115세된 노인이게 인터뷰한 내용 중에 "얼마나 살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영원히 살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 시황제는 동방으로 불로초를 구하려 사람을 보냈다는 것이다. 사람의 나이는 의술의 발달로 늘어가고 있다. 그리고 원래는 수 백년은 된다고 한다. 그러나 영원할 수는 없다. 이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밤 하늘에 떠 있는 무수한 별들도 몇 억년이 되면 수명을 다하고 사라지듯이 태양도 언젠가는 사라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지구상의 생물도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유한한 생명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로서는 영원히 살고 싶다는 희망을 포기하고 자연의 섭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왔다가 자연스럽게 가면 되는데, 그게 쉽지 않은 것이 이 사바세계 중생들의 삶이 그러하다. 태어나는 것보다 몇 십 배가 어려운 것이 죽은 것이다. 내 주변을 돌아보면 이 사실은 분명하다. 태어날 때는 울면서 태어난다고 하지만 난 본 적이 없다. 아무튼 태어난다는 것은 축복을 받으면서 태어나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죽을 때에는 짧던 길던 고생을 하면서 주변의 지인들을 안타깝게 하면서 이 세상을 하직하게 된다. 이것이 무척 안타깝다. 왜 이렇게 어렵게 죽어야만 하는 것인지. 쉽게 편안하게 죽을 수는 없는가?  고승열전의 마지막을 보면 항상 편안한 모습으로 잠들듯이 이 세상을 떠났다고 기록하고 있다. 잘 죽기 위해서도 뭔가를 준비를 해야 하는 모양이다. 요즈음 웰빙을 거론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웰다잉을 논하고 있다. 임종을 미리 준비한다는 것이다. 80년 전후의 짧은 기간 동안 철 없이 자라는 기간을 빼고, 노년이 되어 소일하던 날짜를 제하고 나면 정말 짧은 인생이다.  살아가기 위해서 배우고, 죽음을 준비하고 이러다가 언제 재미있게, 행복하게 살아간단 말인가?  그래서 이 삶이 바로 고(苦)인가?

 

행복이란?  행복이 떠나고 난 후에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사람은 미련하단 말인가?  행복한 순간에는 행복을 느낄 수 없다고 한다. 지나고 보니 그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한다.  사실 그 사람을 떠나보내고 나서 그 사람의 소중함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이렇게 사람은 미련하고 느리다고 한다.  이렇게 미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 삶의 의미를 생각하고 찾아보는 시간의 여유를 일정시간 매일 가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먹고 살기 급급해서 경제활동하느라 바빠서 좌우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보고 열심히 살아오다가 어느 순간 잠시 정신을 차리고, 좌우를, 그리고 뒤를 돌아봤더니 아쉬움과 후회가 남을 뿐이다.

 

이렇게 허망한 삶을 살지 않기 위해서 내 주변을 그리고 뒤를 가끔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보자.   

2007.9.27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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