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일상적인 삶이 곧 수행

圓鏡 2007. 8. 10. 23:08

사바세계 중생의 삶 중에 어느 것 하나 쉽게, 맘에 쏙 들게, 만족스럽게 되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이래저래 어렵게 어렵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단지 습관화되어서 그 정도는 스스로 무의식적으로 수용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땐 종종 "보왕삼매론"을 한 번, 그래도 안 되면 두 번, 이렇게 반복해서 읽어보고, 그 의미에 대해서도 곰곰히 생각해 본다. 

 

내 것이라서 내 맘대로 될 것처럼 생각한 것도 잘 안 되는데, 어떻게 사고와 가치관에 차이가 있는 다른 사람이 내 생각대로 되겠는가?  이렇게 당연히 다르게 생각하기에 다른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과 내 방식대로 상대방이 움직여 주고, 따라주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에 불과할 따름일까?  아니면 반복되는 착각일까?  그러나 우리가 통상적으로 일컫는 상식과 예절의 범주를 벗어나는 언행에 대해서는 아주 불쾌하게 받아들이고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요즈음처럼 이렇게 무덥고 변덕스러운 날씨에 우리는 무수히 많은 사람과 접촉하면서 매일매일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살아간다고 해서 인간이라고 했던가?  재미있는 글자풀이 인듯하다. 이렇게 불쾌지수가 높아진 여름날에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면서 살아가는 동안 화 안 내고, 열 안 받고, 평온한 맘을 유지하면서, 즐거운 맘으로 살아가는 방법은 없을까?   열 받고, 화 나는 사바세계에서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즐겁게 살아가기 위해서 늘 노력하는 것 자체가 수행이라고 본다.

 

급변하는 삶의 패턴으로부터, 그리고 매일매일 일과 사람들 사이에 부대끼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그러면서도 큰 사고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자체가 우리들에게는 곧 수행이다. 수행이 부족한 사람은 이러한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나가지 못 하고 경거망동을 하게 되고, 주위의 다른 사람들로부터 시선주목을 받게 된다. 그래서 하루하루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해나가기 위해서는 많은 인내와 큰 지혜를 필요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는 수행자의 자세로 살아가지 않을 수 없다. 

 

2007. 8. 10  금요일 밤   원경합장

 

 

 

      보왕삼매론

  1.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하셨느니라.

  2.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 하시되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하셨느니라.

  3. 공부하는 데 마음에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되나니,
    그래서 성현이 말씀하시되
    <장애속에서 해탈을 얻으라.>하셨느니라.

  4. 수행하는 데 마(魔)없기를 바라지 말라.
    수행하는 데 마가 없으면 서원이 굳건해지지 못하나니,
    그래서 성현이 말씀하시되
    <모든 마군으로서 수행을 도와주는 벗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5.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되면 뜻을 경솔한 데 두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여러 겁을 겪어서 일을 성취하라.>하셨느니라.

  6.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
    내가 이롭고자 하면 의리를 상하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순결로써 사귐을 길게 하라.>하셨느니라.

  7.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기를 바라지 말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면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지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내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서 원림(園林)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8. 공덕을 베풀려면 과보를 바라지 말라.
    과보를 바라면 도모하는 뜻을 가지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덕 베푸는 것을 헌신처럼 버리라.>하셨느니라.

  9.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라.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이 생겨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적은 이익으로써 부자가 되라.>하셨느니라.

  10.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을 돕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하는 문을 삼으라. >
    하셨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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