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306보충대

圓鏡 2007. 2. 14. 22:02

 

 

어제는 아침부터 흐린 날씨에 오후에는 전국적으로 비가 많이 내린다는 일기예보까지 듣고서 의정부에 있는 306보충대로 향했다. 입대하기 전날까지도 친구들과 어울려서 자정경에 귀가한 아들이 걱정되기만 하였다. 늘 밤새워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지내기를 한 달이 넘었는 듯하다. 혹시나 건강상의 이유로 훈련소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울까 해서........  신체 건강하고 대인관계가 좋은 아들인지라 평소에는 군대생활 걱정을 하지 않았지만, 늘 친구들과 어울려서 무리하게 노는 것이 걱정이 되었다.

 

전철로 친구들 8명과 가족이 한 팀이 되어 11명이 전철을 이용해서 의정부역까지 이동을 했다. 만 일주일 전에 생질 녀석이 바로 이 부대에 입대하면서 시간관리를 잘 못 해서 혼난 적이 있어서 우리는 일찌감치 출발했다. 전철을 한 시간 반 동안 타고가면서 군에 가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는 기분으로 장난치며 떠들면서 가는 아들이 부럽기도 했다. 친구들이 부대까지 동행하는 의미가 여기에 있구나 하는 생각과 평소에 친구 너무 좋아한다고 잔소리를 해왔던 나였기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떠올랐다. 의정부 역 앞에서 여유있게 점심식사를 하고 시간 맞춰서 보충대에 도착하고 보니, 입소식 행사시간 5분전, 연병장에는 이미 장정들이 줄서서 모여 있고, 입소식 예행연습을 하고 있었다. 서둘러 친구들과 기념사진 한 장 찍고나서 아들은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일일이 포옹을 한 번씩 나누고서는 바로 연병장으로 향했다. 바쁜 걸음으로 군중 속을 뚫고서 연병장으로 향하는 아들의 뒷 모습을 바라보면서 코 끝이 찡해옴을 느꼈다.

 

입소식 광경을 보기 위해서 곧바로 뒷편 스탠드로 아내와 함께 이동을 하고, 아들 친구들은 연병장에 모여서 함께 있었다. 연대장에 대한 경례-국기에 대한 경례-애국가 1절-연대장의 간단한 입소식사-진짜사나이 군가-부모님에 대한 인사 순으로 식순을 진행하는데 십오분 정도 걸렸다. 간단한 식순이 끝나자마자 보충대 막사로 장정들이 이동하고, 그 뒤를 따라 달려가는 친구들, 연인들.... 헤어짐의 아쉬움에 대한 함성과 함께 스킨십 등으로 한 동안 장정들이 막사로 이동이 끝날 때까지 연병장에서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지난 주 화요일 이 시간, 이 자리에서 우리 아들이 서 있는 저 자리에 생질 녀석이, 바로 이 스탠드에는 제부와 동생이 서서 이런 심정으로 아들 녀석을 보냈겠거니 생각하면서 이런저런 상념에 잠시 젖어보았다. 어제 밤부터 내린 비로 인해서 오늘 오후부터는 바람이 강하고,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졌다. 퇴근하던 저녁 시간에는 아주 쌀쌀한 겨울 날씨였다. 어제 날씨가 포근하다고 얇은 옷을 입고 입대한 아들이 걱정되었다. 집에서는 아내도 걱정하고 있었다. 모레쯤 자대배치 되어 신병훈련소에서 훈련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면서, 아직은 실내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고 스스로 위로해 보았다.

 

지난 달 논산에서 큰 아들 입소식에 참석해본 것과는 시간상, 내용상의 차이가 있는 보충대 입소식을 마치고, 아들을 뒤로 하고 떠나는 발 걸음은 무겁기만 하였다. 게다가 눈물을 훔치는 아내를 독려해가면서 아들 친구들까지 챙겨서 돌아왔다. 돌아오는 전철간에서는 앞으로 아내 생활패턴이 걱정되어서 일상생활 계획을 잘 세워 혼자서도 보람있는 삶을 누릴 방안을 강구하도록 권유하였다. 오늘 아침에는 평소와 같이 출근하기 위해서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거실로 나서보니, 평소와는 달리 방마다 전등을 모두 켜놓았다. 평소에도 아들 얼굴보긴 어려웠지만, 막상 아들이 집에 없다고 생각하니 집안이 더욱 더 허전한 느낌이었다. 아마 아내도 이런 기분을 바꿔 보려고 이른 아침에 방마다 전등불이라도 밝혀 놓았을 것이다.

 

20070214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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