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부터 잡혀 있었던 포교사 시험치는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두 달 전부터 포교사 시험을 대비하여 공부하겠다고 계획은 세워놓고,
주말마다 생각만 하고 공부는 제대로 하지 못 했다. 어제는 아침 일찍
평일과 같이 출근하는 기분으로 시립도서관으로 나섰다. 겨우 자리
하나 잡아서 하루 종일 공부를 하고 보니 소화불량이다. 너무 많은
분량을 하루만에 습득하고 보니 소화가 안된다. 오히려 혼란스럽기만
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걱정스러웠다. 그럼 평소실력으로 한 번 해보자
라는 배짱 밖에는 남는 게 없었다.
평일 출근하는 시각에 일어나서, 시흥역에서 7시에 출발하는 전철을
타려고 허겁지겁 집을 나섰다. 종로3가에서 환승하려는데 동국대
가는 길을 몰라서 묻는 이의 차림을 보니, 오늘 시험치러 가는 것 같아서
나를 따라가면 된다고 하면서 함께 3호선 전철로 환승하였다. 3호선
동대입구역에 내리고 보니 길을 몰라 많은 사람들이 주변 안내도 앞에
몰려서 출구를 찾느라 웅성거리고 있었다.
나만 일찍 여유있게 나온 줄 알았더니 많은 사람들이 8시가 되지도 않은
시각에 동국대입구에 당도한 것이다. 얼굴에 쓰여 있는 세월의 나이를
보니 하나 같이 50대는 되어보였다. 대학입학 시험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시험치러 간다는 기분은 같은 모양이다. 비탈진 동국대 정문으로
등산하는 기분으로 오르면서 하나 같이 시험공부 이야기 밖에 없었다.
평소에 같이 공부하던 도반들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도 나누고, 시험공부
안부를 나누면서 떠들석하게 등산을 하고 있었다. 영하의 쌀쌀한 겨울
아침 날씨도 이렇게 열띤 수험생들에게는 약한 듯 하였다. 만해관이 어딘지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따라 갔더니 동국대학교 정상에
있었다. 정상 작은 광장 한 가운데에는 부처님 입상이 있고, 주변에는
대형 코끼리상, 석탑과 석등이 정원에 가지런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여기서 동국대학교의 불교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만해관 입구에서는 봉은사에서 함께 공부하던 도반 몇몇 분들을 만나서
수험표를 대조해보고 고사실을 찾아서 만해관 안으로 들어섰다. 현관에는
조계사, 화계사, 봉은사 라는 표지가 좌우 벽면에 붙어 있고, 수험생에게
나눠주는 찹쌀떡, 초콜렛, 귤, 따뜻한 차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현관
입구에는 사찰마다 격문의 현수막이 나 붙어 있었다. 만 1년 전에 작은
아들 대학입학 시험 때 보았던 그 분위기 그대로 였다. 단지 자원봉사하는
분들이나 수험생이 모두 만학도라는 것만 달랐을 뿐....... 많은 사람들이
좁은 현관에 모여서 차 한 잔 나누면서 시험정보, 인사 등으로 왁자지껄
하였다.
첫 째 시간을 비교적 쉽게, 시간적으로 여유있게 치르고 나서 두 번째
시간에 들어섰다. 어제 갑작스럽게 많이 공부한 소화불량 현상이 그대로
나타나는 시간이었다. 심층 불교교리, 불교역사, 불교문화 등이 두 번째
시간 주요문제였는데, 횃갈리는 것 뿐만 아니라, 주관식 문제는 생각나는
대로 자신없이 빈 칸 채우는 기분으로 작성하고 고사장을 나섰다.
두 번째 시간에는 궁금한 게 많아서 도반들과 토의를 해보았더니 역시
틀린 답이 많이 나왔다.
그러나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겸해서 한다는 것에 한 번 기대를 해본다.
당초에도 시험의 당락보다는 지난 일년 동안 공부한 것을 한 번 정리
해본다는 의미와 시험을 통해서 나의 실력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지
한 번 테스트 해본다는 의미를 가지고 참여한 시험이니까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크게 섭섭할 것은 없다고 미리 스스로 위로해 본다.
오늘 응시하신 도반( 원강, 법인, 법전, 정진, 청운 거사님들과 보살님들 )
들께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길 기원하고, 향후에는 포교사 활동을 통해서
무량공덕을 쌓으시길 바랍니다.
시험 후, 도반들과 인사를 하고 헤어진 후에는 동국대학교 교정을 이곳 저곳
다니면서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산책을 하였다. 지난 해 봄, 작은
아들이 이 학교에 입학식할 때, 동참할 필요가 없다고 해서 가보지 못 했다.
그런데 오늘은 이 학교를 수험생의 신분으로 찾게 되었다. 남산 자락에 자리
잡은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는 비탈진 산자락을 잘 활용하여 건물들이 아름
답게 배치되어 있었으며, 정상부근에는 불교문화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것이 다른
학교 교정과는 색다른 점이었다.
20070211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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