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오신지 한 달 보름,
처음 몇 일을 지내면서 내 스스로
다짐한 바가 있다.
다름아닌 주말마다 아버님과
데이트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집에 오시면 길이 멀어서
당일 귀향하지는 못 하시고,
또 내가 섭섭해 할까봐 하는 점도 고려하셔서?
늘 하루 밤만 묵고 돌아 가시곤 했다.
사실은 그렇게 급히 귀향하시곤 했던 사유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가 아닌가 생각된다.
우선은 당신 말씀대로
도회지 아파트는 꽉 막혀,
너무 갑갑해서 지내기가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유는 아마도
며느리가 불편해 할까봐서였을 것이다.
지난 한 달 보름은 당신이 원해서 하는
장기 체류는 아니지만 아무튼 생각했던 대로
너무 무료하고 갑갑하고 불편하신 모양이다.
하기야 고향에 계셨으면
잠시도 집안에 머물지 않으시고
밖에서 무엇을 해도 하시느라
늘 바쁜 일과를 보내시다가
지금은 몸 조차 불편하신데다
이 답답한 아파트에 갖혀서 지내시느라
맘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신줄 나도 잘 안다.
그래서 근래 주말마다 내게 새로운 일정이
추가되어 좀 더 바빠지긴 했지만
"아버지와 데이트" 언제 이런 것을
해볼 수 있을까 이럴 때 아니면........
조용히, 천천히, 말도 적게 ......
바람쇠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어 요즈음 생각지도 못한
의미있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다음 데이트는 언제가 될런지 모르겠다.
모레면 추석쇠러 아버님을 모시고 귀향하려고 하니까.....
지금까지 우리 사남매의 정신적인 지주, 마음의
의지처로써 늘 든든한 아버지였다. 이제 연세가
있으시니까 점점 더 약한 모습을 보여주신다.
육체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약해지는 모습을 곁에서
가끔 볼 수 있다. 이럴 때는 모른 척하고 싶은 심정이다.....
오늘 아버님과 함께 데이트를 하면서 보았던
가을 꽃들을 아버님께 선물로 드립니다.
지금 고생하시는 골절상 하루 속히 쾌차하시길 빕니다.
건강하십시요. 아버지.........
큰 아들, 원경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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