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아버지와 데이트

圓鏡 2006. 9. 30. 20:39

 

우리 집에 오신지 한 달 보름,

처음 몇 일을 지내면서 내 스스로

다짐한 바가 있다.

다름아닌 주말마다 아버님과

데이트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집에 오시면 길이 멀어서

당일 귀향하지는 못 하시고,

또 내가 섭섭해 할까봐 하는 점도 고려하셔서?

늘 하루 밤만 묵고 돌아 가시곤 했다.

사실은 그렇게 급히 귀향하시곤 했던 사유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가 아닌가 생각된다.

 

우선은 당신 말씀대로

도회지 아파트는 꽉 막혀,

너무 갑갑해서 지내기가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유는 아마도

며느리가 불편해 할까봐서였을 것이다.

 

지난 한 달 보름은 당신이 원해서 하는

장기 체류는 아니지만 아무튼 생각했던 대로

너무 무료하고 갑갑하고 불편하신 모양이다.

 

하기야 고향에 계셨으면

잠시도 집안에 머물지 않으시고

밖에서 무엇을 해도 하시느라

늘 바쁜 일과를 보내시다가

지금은 몸 조차 불편하신데다

이 답답한 아파트에 갖혀서 지내시느라

맘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신줄 나도 잘 안다.

 

그래서 근래 주말마다 내게 새로운 일정이

추가되어 좀 더 바빠지긴 했지만

"아버지와 데이트" 언제 이런 것을

해볼 수 있을까 이럴 때 아니면........

조용히, 천천히, 말도 적게 ......

바람쇠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어 요즈음 생각지도 못한

의미있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다음 데이트는 언제가 될런지 모르겠다.

모레면 추석쇠러 아버님을 모시고 귀향하려고 하니까.....

 

지금까지 우리 사남매의 정신적인 지주, 마음의

의지처로써 늘 든든한 아버지였다. 이제 연세가

있으시니까 점점 더 약한 모습을 보여주신다.

육체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약해지는 모습을 곁에서

가끔 볼 수 있다. 이럴 때는 모른 척하고 싶은 심정이다.....

 

오늘 아버님과 함께 데이트를 하면서 보았던

가을 꽃들을 아버님께 선물로 드립니다.

지금 고생하시는 골절상 하루 속히 쾌차하시길 빕니다.

건강하십시요. 아버지.........

 

큰 아들, 원경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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