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나를 그냥 지나칠 수 없도록 하는 나무

圓鏡 2020. 7. 5. 21:10

안양천 철산교 부근에 단아한 모습으로 제 자리를 잡은 한 그루의 나무가 그 곁을 지나칠 때마다 나에게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이 나무는 누군가가 심고 가꾼 나무가 아니라, 어디선가 떨어진 씨앗이 싹을 틔우고 스스로 자란 나무다. 그러다보니 이 나무가 어린 시절에는 여름철 장마가 오면 안양천 물이 불어서 이 나무를 휩쓸고 지나가려고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때로는 한강물이 불어서 안양천에 물이 빠지지 않아, 이 나무가 물속에 잠수한 상태로 몇 일을 가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시련을 겪으면서 오늘날 이런 모습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던 사람이 나 뿐이랴마는, 이 나무에 대해 나는 특별한 관심이 간다. 이젠 다 커서 안양천이 범람하지 않는 이상, 장마철 물에 잠수될 일도 없을 뿐더러, 강하게 흐르는 물에 부러지거나 휩쓸려갈 정도로 뿌리가 약하지도 않다. 이젠 키도 크고 뿌리도 튼튼해서 어떤 홍수에도 든든하게 자기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 나무를 지나칠 때면, 가끔 한 인간이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연상하곤 한다. 이런 시련 없이 성장하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사정은 각자 다르겠지만 누구나 이 나무와 유사한 시련을 극복하고서야 비로소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는다. 그렇지 못하면 나무가 뿌리 채 뽑혀서 떠내려가듯, 한 사람의 인생도 크게 망가지는 경우가 있다.

 

올해 금천구에서 여기에 잔디를 심고 미니 골프장(?) 코스를 만들면서, 이 나무가 선 자리를 감안해서 코스를 디자인한 것 같다. 이렇게 굳건하게 자리를 잡고 나니, 이젠 주변에서 다른 사람들도 이 나무의 존재감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한 인간의 인생사도 이 나무와 같으리.........  고진감래,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원경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