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개월 가량 현 총무원장은 각종 루머와 사실이 혼재된 가운데 "적폐"와 "촛불"이라는 이름으로 사부대중과 힘겨루기를 해오고 있었다. 그런 도중에 현재 30일 이상 홀로 단식투쟁을 지속하고 있는 설조스님(88세)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어제 오후에 마침내 총무원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공개적으로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오래 전 일로 종단이 이렇게까지 혼란을 겪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사실이 아니기에 금세 의심은 걷힐 것이라 기대했고,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믿었습니다."라고 하면서, 설조스님을 찾아가서 "마음을 비웠다." 그러니 "단식을 멈춰달라"고 권했다고 한다.
유난히 무더운 올해 삼복더위에 사부대중이 시멘트와 아스팔트 길 위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총무원장 스님의 이런 발표는 타이밍을 이미 놓친듯하다. 하지 않은 것보다는 낫지만 너무 늦었다. 일찌 감치 그 자리를 떠났으면 좋았을 것인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물론 그 자리가 혼자가 아니라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연관되어 있는 자리이긴 하다. 그러나 사부대중의 동참인원이 늘어나고 있고, 마침내 포교사단에서도 일부 포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개인자격으로 이번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언쟁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
1990년대라면 25년 전, 약 30년 전( 한 세대 이전 )에 있었던 일로 인해서 오늘날 이런 난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그 당시 상황은 아마도 지금과 같은 여건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당시 사회통념이나 대중의 인식 그리고 그 사회의 문화상으로 볼 때,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을 법한 재가자와 스님간의 관계, 남녀관계, 갑과 을의 관계 등이 오늘날 잣대로 바라보니까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당사자들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하는(弱) 者 입장에서 느끼는 고통은 그 때나 오늘날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 아닌가?
이런 한 시대 전에 있었던 옳바르지 못한 언행에 대해서 오늘날의 잣대로 평가하다보니 문제가 되고, 이런 문제를 악용하려는 세력 또한 없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회 조직에는 항상 권력을 쥔 세력과 그 권력을 탈취하려는 세력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거기서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1994년 개혁종단의 기치를 들고 일어나 종단의 권력을 잡았던 현재 기득권층은 지난 20년 이상 권력을 잡고 있다보니 자연적으로 비리 내지는 문제점이 하나 둘 쌓였을 것이다. 그것이 오늘날 정치권에서 분출되는 적폐와 촛불이라는 이름으로 조계종단에 불을 붙었다. 이렇게 불을 붙이려는 세력은 늘 존재해왔었다.
초기불교-부파불교-대승불교-선불교.밀교 등으로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왔듯이 종교라는 것도 근본사상은 유지하되, 그 시대 그 사회의 변화에 발맞춰서 교리를 재해석해야 한다고 본다면, 지금쯤이면 대승불교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변화가 있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중국으로 도입된 대승불교가 선불교라는 독자적인 모습으로 변화되었다. 선불교 발생시점으로부터 오늘날까지 시간상으로 봐도 그러하고, 복잡다단한 세상의 변화를 반영한 교리의 재해석이 되어야 한다. 인간의 가치관은 바뀌고 있는데, 종교의 교리는 진리라는 이름으로 시간과 무관하게 그대로 멈춰있다면, 현실과의 괴리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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