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창조와 변화

圓鏡 2015. 6. 27. 06:59

지난 주 일요법회 시 공지사항을 듣고 발심한 후, 새벽 4시 반에 시작하는 새벽예불에 올해 처음으로 동참했다. 20여명의 신도들과 네 분의 스님들이 동참한 가운데 청량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시작되었다. 먼저 은은한 새벽종송이 있고, 예불 - 행선축원 - 반야심경(신중단)에 이어서 천수경 -  관음정근 - 기도축원 - 무상게(영가단)로 의식을 마쳤다. 예불을 마친 후에는 대웅전 뒷편 길을 걸으면서 잠시 사색할 수 있는 기회도 좋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종합해보니, 오늘은 '창조와 변화'라는 키워드가 떠올랐던 것이다.

과연 우리 주변에 창조라는 것이 있는가? 진정한 창조라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새롭다'는 것도 찬찬히 분석해보면 기존에 있었던 뭔가를 조합해서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고로 이 지구상에 진정으로 새로운 것은 없다. 부모가 없이 내가 존재할 수 없듯이, 이전에 뭔가 있었기에 새롭다고 하는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역사란 좋은 역사든 나쁜 역사든, 현재 우리는 선배나 조상이 없는 오늘날의 우리는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과거의 그 무엇에 대해서 평가를 할 때에는 가능하면 긍정적으로 감사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설사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그 당시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현재 시각에서 개선하면 효과가 클 것이다. 반대로 과거의 미흡한 점을 그 당시 정황을 깡그리 무시하고, 현재 시점에서 바라는 보는 시각으로 평가를 하다보면, 과거 그 당시에 그 정책입안 과정이나 실행과정에 동참했었던 내 주변의 도반들을 섭섭하게 만드는 어리석음을 초래하게 되고, 그 단체의 분열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한편 세상만사는 잠시도 변화를 멈출 수 없다.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몸이든 정신이든, 그래서 우리는 늘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 변화라는 것이 단기적으로 보면 퇴보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 퇴보가 다시 전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마치 개구리가 크게 앞으로 점프하기 위해서 잠시 뒤로 몸을 움츠리듯이 말이다. 그래서 긴 시간을 놓고 보면 역사는 늘 앞으로 전진해왔음을 알 수 있다. 변화를 자연적인 변화와 인위적인 변화 두 가지로 나누어 본다면, 자연의 변화야 늘 자연스럽게 바뀌는 것이지만, 인위적인 변화는 특정인이나 특정그룹의 의도가 반영되기도 하고, 또한 그 시대적 상황요소가 반영된 정책에 따라 변화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거기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일상의 삶은 수학처럼 정답이 있는 것은 별로 없다. 그가 처한 상황에 따라 이런 저런 답이 있을 따름이다. 즉 그 조건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조건을 무시하고 자기 중심적인 답(주관적이니 판단, 제한적인 정보를 가지고 내린 판단)을 정답이라고 우기는 어리석음을 범하기 쉽다. 항상 누구나 추구하는 방향은 바람직한 것이지만, 그 수단과 가는 길은 다를 수 있다. 방향성이 같은 것으로 만족하면 좋을 것 같다. 그 수단과 가는 길이 다르다고 해서 그것을 잘못되었다거나 틀렸다고 평가하는 것은 자가당착에 빠질 우려가 있다. 왜냐하면 나 역시 훗날 미래의 후배들이 나의 족적을 평가하면서, 그 후배의 입장에서 그 시점에서 바라보면서 비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나는 내 의지와 집단의 의지를 모아서 최선을 다했다고 하지만, 그 결과를 두고 훗날 후배들이 평가할 때, 미래의 시점에 기준을 두고 평가하게 된다면 오늘의 정책은 비난 받기 십상이다. 시간이 바뀌면 조건이 바뀌고, 조건이 바뀌면 그 결과도 바뀌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의 결과를 오늘 현재의 잣대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그 과거의 시점에서 상황이나 조건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오늘 이 시점에 보면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도, 과거 그 시점에 보면 잘 한 것일 수 있다. 또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 당시 상황조건이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의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그 상황조건을 무시하고 오늘 자기 기준의 잣대를 들이대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고 지혜로운 내가, 지혜로운 집단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귀가하였다.

여명의 새벽이 지나고 나니, 오늘도 눈부신 하루가 시작되는 아침이다.

문 . 사 . 수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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