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GJS-불교역사(3)

52번, 암베드카르의 신불교운동

圓鏡 2014. 12. 24. 17:12

'신불교 운동'의 주창자는 빔라오 람지 암베드카르(Bhimrao Ramji Ambedkar, 1891~1956)이다. 그는 마하라슈트라 주의 암바바데(Ambavade)에서 태어났다. 가장 낮은 신분 계층에 해당하는 마하르(Mahar) 카스트 출신이었던 암베드카르. 마하르 카스트란 거리 청소나 쓰레기 소각 등을 담당하던 계층 집단이며 소위 '불가촉 천민'이다.

힌두 사회에서, 불가촉 천민은 다만 탄생함으로써 인간 존재로 인정될 뿐이었고, 사회적으로는 상층의 힌두 계급과는 간접적으로도 접촉할 수 없을 만큼 열등한 신분을 지닌 집단이었다. 실제로 상층 계급은 불가촉 천민의 그림자조차 닿기를 꺼려하는 것이 아직까지 인도의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토록 뿌리 깊은 신분제 사회 속에서, 암베드카르는 정통적인 불교의 교리에 따라서 사회적인 신분 차별은 부당하다는 것을 강조했던 인물이다. 이러한 점에서 그는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1929~1968)과 비교되기도 한다.

암베드카르가 1956년 10월 14일에 마하라슈트라 주의 나그푸르 시에서 불교에 귀의하는 개종식을 주도했던 첫째 동기도 바로 불교의 인간 평등 사상에 있었다. 그 당시 집단 개종식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80만 명에 이르렀는데, 그 대부분은 하층 계급 출신이었다. 그 날 집회에 참석했던 사람들 가운데 50만 명 정도가 불교로 개종했다고 전하는데,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일시에 개종했던 것은 유례에 없는 일로서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아 있다.

 

암베드카르는 그 개종식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22가지 서약을 선포하였다.

 

1) 나는 브라만, 비슈누, 마하데바의 신을 인정하지 않고 예배하지 않는다.
2) 나는 라마와 크리슈나의 신을 인정하지 않고 예배하지 않는다.
3) 나는 가우리, 가나파티, 그 외 힌두교의 여러 남신, 여신을 인정하지 않고 예배하지 않는다.
4) '신은 화신으로 나타난다'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
5) '붓다가 비슈누의 화신'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 전승은 오류이다.
6) 나는 조령제(祖靈祭)를 행하지 않는다.
7) 나는 불교에 반하는 어떠한 말과 행위도 하지 않는다.
8) 나는 어떤 의식도 브라만의 손을 빌리지 않는다.
9) 나는 전 인류는 평등하다는 주장을 인정한다.
10) 나는 평등 사회를 이룩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11) 나는 8정도를 준수한다.
12) 나는 10파라미타를 준수한다.
13) 나는 일체 중생에 대한 연민의 마음으로 불살생을 준수한다.
14) 나는 도둑질을 하지 않는다.
15) 나는 헛된 말을 하지 않는다.
16) 나는 삿된 음행을 범하지 않는다.
17)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18) 나는 불교의 지혜, 지계, 삼매에 따라 생활하고자 노력한다.
19) 나는 인간을 불평등하게 취급하는 힌두교를 버리고 불교를 받아들인다.
20) 불교만이 참된 종교라는 것이 나의 신념이다.
21) 나는 이제 다시 태어났다는 것을 인정한다.
22) 나는 붓다의 가르침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을 신성하게 맹세한다.

 

이와 같은 22가지 서약을 외친 암베드카르가 "나와 함께 불교로 귀의할 사람은 일어서시오"라고 말하자 그 곳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서 그 서약을 반복하고 개종했다. 그것은 일대 사건이었다. 그 후로 기존의 종교, 특히 힌두교 신앙을 포기하고 불교로 개종하는 일이 연이어 생겨났으며, 그러한 움직임들을 '새로운 불교 부흥 운동'이라 불렀다. 신불교 운동을 주도했던 암베드카르의 궁극적 목적은 불가촉 천민이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향유하는 데 있었다. 슈드라의 신분이나 여성으로서는 신에게 가까이 갈 수 없다고 규정하는 힌두교의 불평등을 비판하고, 불교의 평등주의를 고양시킨 암베드카르의 주창은 전국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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