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때가 되면 모두 자기 역할을 다 한다

圓鏡 2013. 6. 29. 15:04

내 삶이 바빠 앞만 보고 가다가 가끔 주변을 한 번 돌아보면, 철마다 다른 것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평소 무관심하게 지나치던 곳이더라도 계절이 바뀌면, 그 곳에 서 있는 주인이 바뀐다. 설사 주인이 바뀌지는 않더라도 그 모습을 달리하고 서 있게 마련이다. 늘 출입하는 지장전 앞 보리수 나무에는 보리수 열매가 알록달록하게 주렁주렁 매달려 보리수 나무 가지가 휘어져 있다. 무척 힘겨워보인다. 나무는 열매를 많이 맺어서 보람을 느끼고 있을지 몰라도 보기엔 나무가 무척 힘들어 보인다. 평소에도 현재 그 자리에 서 있던 보리수가, 초여름이 되자 짙은 나뭇잎 사이로 열매를 맺고, 가지가 휘어지면서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