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

발에 차이는 게 모두 부처님 2 ( 실상사 회주, 도법스님 )

圓鏡 2012. 12. 30. 11:46

금강정사 법회보, 2013년 1월호에서 발췌

우리가 참회해야 할 것은 세상에 고맙지 않은 존재는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함부로 살아 온 업장입니다. 사실을 확인해 보니 세상에 내 생명과 무관한 게 있습니까? 또 내 생명 아닌 게 있습니까? 내 생명과 무관한 것도 없고, 내 생명 아닌 것도 없지요. 그러니 세상에 함부로 해도 될 대상이 있겠습니까? 당연히 없지요. 모든 생명은 온통 다 그물의 그물코처럼 서로 연결되어 존재합니다. 온 우주는 하나의 살아 있는 그물로 이루어져 있고 낱낱의 존재들은 그물의 그물코처럼 존재합니다. 그물의 그물코가 어떻습니까? 그물이 해체되면 그물코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온통 서로 의지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존재하도록 되어 있다는 게 바로 진리입니다. 이것을 화엄경에서 '인드라망'이라는 말로 표현했습니다.

그렇게 사실을 확인해보면 그 자리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저절로 나옵니다. 이 세상에 내 생명과 무관한 존재나 내 생명 아닌 존재가 없고, 모두 거룩하고 고마운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우리가 함부로 살 수 있겠습니까?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미워하면 괜찮겠습니까? 화를 내면 되겠습니까? 대접만 받으려고 그러면 안 되겠지요. 그렇게 함부로 살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사실을 잘 모르기 때문에, 무지하기 때문에 함부로 살게 됩니다. 모두 본래 부처인데 부처답지 않게 살고 있는 겁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대승불교의 핵심은 "그대가 본래부처다. 그러니 지금 바로 부처답게 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대승불교의 가르침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 실상을 증명해주는 것입니다.

누구나 함께 이야기 하면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고, 현실에서 증명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고, 또 그렇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다루어야 한다고 부처님께서 누누이 강조하셨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바로 지금 여기의 삶에서 실현될 수 있는 가르침입니다. 먼 훗날 이루어진다고 말하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우리가 목이 마를 때 물을 마시면 어떻게 되죠? 목마름이 몇 일 몇 달이 있어야 해결되나요? 바로 목마름이 해결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도 마치 그와 같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이 위대하고 또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인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입니다. 문제가 지금 바로 해결되는 거예요. 몇 년을 기다려 보면 해결될 거다. 죽은 다음에 해결될 거다. 이런 말은 믿을 게 못 돼요. 다음에 보자는 놈 믿을 게 없다면서요.

우리 부처님은 그런 분이 아닙니다. 지금 바로 여기에서 실현될 수 있는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공부를 하고 있는데 무엇인가 잘 이해되지 않고 공감되지 않는다면, 불교를 가르치는 사람이 잘못 가르치고 있든지, 여러분이 잘못 배우고 있든지 둘 중 하나입니다. 또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십 년 뒤나 백 년 뒤, 혹은 내생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불교공부를 하고 있다면, 그것도 역시 불교를 잘못 가르쳤거나 잘못 배웠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부처님 가르침은 절대로 그런 게 아닙니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