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

[법문] 도법스님(실상사 회주) : 아내에게 남편에게 절하는 게 삼천배보다 낫다( 1 )

圓鏡 2012. 12. 25. 11:30

금강정사 법회보 2012년 12월호에서 발췌

 

이제 일상의 삶에서 법의 길을 가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아마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부딪치는 관계가 부모와 자식, 아내와 남편의 관계일 겁니다. 그 다음이 이웃, 친구, 동료, 친척과의 관계이고, 범위를 좀 더 넓혀 보면 국가와 민족, 인간과 자연의 관계까지 확대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오늘은 너무 거창하게 가지 말고, 직접적인 관계인 아내와 남편의 관계를 생각해봅시다.

 

보통 우리는 누군가를 대할 때, 상대방이 본래 타고난 존재의 거룩함, 고귀함, 고마움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 마음에 드는가 안 드는가, 나에게 유리한가 불리한가를 따집니다. 아내와 남편 사이도 그래요. 그렇게 할 경우 어떻게 됩니까?  맨날 싸울 일 밖에 없지요. 당연히 늘 근심과 걱정, 불안과 초조에 싸인 삶을 살게 됩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도 마찬가지 입니다. 왜 그렇게 될까요? 바로 법의 길을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법의 눈으로 존재를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내라고 하는 존재가 가지고 있는 가치, 남편이라는 존재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보는 것입니다. 내 마음에 들고 안 들고, 내게 잘 하고 못 하고는 이차적인 문제예요. 아내라고 하는 부처, 남편이라고 하는 여래가 우선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늘 존재가치에 깨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내라고 하는 여래에게 남편이라고 하는 부처에게 존경과 고마움을 표현해야 합니다. 마음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말로 표현하기도 하고, 행동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내가 갖고 있는 다른 무엇인가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아내라는 여래, 남편이라는 부처 얼마나 고귀하고 고마운 존재입니까. 부모와 자식 사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료와 동료 사이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존재의 본래면목을 못보고 스스로 만든 색안경인 마음( 내 마음에 들고 안들고, 유리한가 불리한가 분별하는 것 )에 놀아납니다. 그래서 일상적인 삶이 늘 근심과 걱정으로 가득 차 있는 것입니다. 애를 쓰지만 돌아오는 결과는 갈등과 대립, 불안과 초조 뿐입니다. 부처님이 끊임없이 '눈이 밝아져야 한다', '눈을 떠야 한다'고 하시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눈을 뜨고 밝은 눈으로 일차적이고 근본적인 문제 즉 존재의 본래면목을 봐야 합니다. 그 일차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중심에 놓고 살아가면, 삶이 편안해지고 자유로워진다고 부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