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일년 전부터 내가 제주가 되어 차례를 지내다보니, 멀리 이동하는데 대한 관심은 없어졌다. 마치 남의 일처럼 생각하게 되었다.
지난 해 추석, 올해 설, 그리고 이번 추석이 그러하다. 밝은 보름 달이 아파트 건물사이로 비치긴 하지만 전등불에 가려져서 밝은
보름달이 눈에만 밝게 보일 뿐, 그 달 빛이 내 주변의 대지를 비추는 모습은 볼 수 없다. 지금쯤이면 벼가 익어서 고개를 숙이고
황금빛 들판에 밝은 보름달이 달빛을 비추게 되면 넓은 들판의 벼가 황금빛을 띤 못습이 원경으로 은은하게 비친다. 그 시절, 어제
와 오늘 밤이면 친구들과 모여 이야기꺼리도 많았고, 밤이면 환한 달빛 아래 들길을 걷던 추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게다가 동네
친척 집을 인사 차 이집 저집 다니다 보면, 막걸리 몇 잔에 취하고, 기분이 상기되었던 옛 추억이 떠오른다.
달빛은 주변이 어두워야 밝게 보인다. 5 ~ 6년 전 봄에 강원도 설악산에 있는 봉정암에서 일박하면서 석탑에서 기도하던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해발 1천미터가 넘은 산사에서 보름달 빛은 대단히 밝다. 게다가 내 머리맡에는 은하수가 자리를 잡고 있어서,
손을 뻣으면 별에 손이 닿을 것만 같이 밤 하늘에 별들이 나즈막하게 총총이 떠 있던 모습이 떠오른다. 도시생활을 하다보면
전기불 아래 살면서 낮이나 밤이나 늘 밝은 공간에서 살아가기에 어두운 밤 하늘과 호롱불, 촛불의 추억이 있을 수 없다.
오늘처럼 나이들어 지내는 추석은 어릴적 고향에서 지대던 추석과는 그 분위기나 기분이 사뭇 다르다. 그래서 매사는 때가 다
있다고 하는가 보다. 그 때마다 그 나이에 어울리는 경험과 추억을 만들어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이라고 생각된다.
오후에는 추석분위기를 정리하고 늦은 시각에 구름산을 올라 하산길에는 평소 다니던 코스를 달리해서 하산하였다. 역시 다른 길로
내려오다보니, 평소 차편으로 휙~ 지나치던 길 거리에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린 느티나무, 새로 입주한 병원들, 새로운 문방구 등이
들어서고, 나의 관심을 끌만한 현수막들도 걸려 있었다.
노자의 도덕경에 상선약수라고 하면서 물의 특성, 물의 강점과 장점을 설파한 문구가 유명한데, 바람에 날려 바위 위에 자리를 잡은
느티나무 씨앗(묘목)은 물처럼 자연스럽게 큰 바위를 피해 바위를 덮고, 뿌리를 내리고 큰 몸통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점이,
느티나무는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에 불평불만을 토로하지 않고,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면서 커다란 느티나무로 성장한 것이다.
이 한 그루의 나무로부터 이런저런 생각을 해볼 수 있는 동기를 부여받았다.
취업하기 어려운 시기이 요즈음, 두 아들이 취업시즌을 맞이하였다. 수 없이 많은 원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보고 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모양이다. 그러나 연전에 스티브 잡스가 미국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장에서 한 말이 떠오른다. Stay Hungry, Stay Foolish !!! 자기
가 원하는 목표가 정해지면 조금은 미련할 정도로 목표를 지향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보름달을 보면서,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해본다.
임진년 추석 날에 ............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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