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명절에 대한 단상

圓鏡 2009. 10. 2. 09:22

 

 

아!! 명절, 듣기만 해도, 생각하기만 해도 설레임으로 맘 가득하던 때가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서 유학을 했던 탓에, 명절이 다가오면 정말 손꼽아 고향가길 기다렸던 때가 있었다. 몇 일 전부터 밤 잠도 설친다. 함께 놀던 친구들, 산과 들이 파노라마처럼 뇌리를 스쳐가는 밤을 맞이하던 때가 바로 그 때였다. 사실 맛있는 음식과 때때옷은 기억나지 않지만, 함께 즐겁게 놀던 친구들과 고향 주변의 산과들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게 나이 탓이런가?  이제 지천명의 단계에 이르고보니, 노부모님을 뵈러 가는 고향길이 즐겁다기 보다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아이들이 어릴 때에는 조건없이 승용차편이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명절 귀향 시에 승용차를 포기한지 몇 년 되었다. 혼자서 운전한다는 것이 힘들어서 이다. 이젠 아이들도 다 커서 꼭 승용차로 이동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 한다. 아내는 하루 이틀 먼저 하향하면 되고, 우리는 적당하게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면 되니까, 궂이 승용차로 고생할 필요는 없어졌다.

 

여든을 훌쩍 넘기신 연로하신 부모님을 뵈면,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어릴 때에는 하늘 만큼이나 크고 높아 보이셨던 부모님들이셨는데, 이젠 해마다 맘이 여려지시는 것을 곁에서 보고 있자면, 자연의 섭리 앞에 내 마음이 숙연해진다. 말로 들어오던 자연의 진리를 하나씩 터득하는 순간이 된다. 순간순간 물질문명 속에서 다른 길을 잠시 선택할 수는 있어도 이 자연의 큰 흐름을 벗어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불자들은 대승불교의 핵심이론인 공사상을 논하고, 깨달음을 득하여 열반에 듦으로써 이러한 세월의 무상함에서 벗어나려고 수행을 하고 있다. 불자들은 수행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어, 아라한이 되고, 부처가 되어서 이러한 변화의 세계, 윤회의 세계에서 영원히 벗어나고자 한다. 전 세계 4억의 불자들이 몇 겁의 생을 수행해서 이러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번 생에서 인연이 닿은 부모형제, 친지, 친구들 그리고 주변에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과 다정다감하게 자비를 나누면서 맑고 향기로운 삶을 살다가..................

 

추석 명절을 앞두고, 귀향을 기다리면서 잠시 .........  10월 2일 아침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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