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에 잡아 놓았던 순례계획대로 우중임에도 불구하고, 불교대학 도반 10명이 이른 아침 봉은사 앞에서 소형 버스 한 대로 출발을 하였다. 지난 1월 졸업 후에 처음 보는 도반들도 있고 해서 반가웠다. 그런데 3개월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아주 오랫만에 만나는 기분이었다. 궂은 날씨가 맘에 걸리긴 하지만 태고 거사님이 운전하는 버스편에 몸을 싣고, 오랫만에 만난 도반들의 안부와 근래에 25기 활동동향에 대해서 정보를 교류하는 시간을 갖었다. 특히 다음달 28일 봉정암 순례계획에 적극적으로 동참해달라는 총무님의 요청과 주변 도반들의 권유로 일단 적극적으로 검토해보는 것으로 답을 했으나 사실 금강정사 임원교육 계획과 중복되는 일정이어서 걱정이 된다. 작년부터 봉정암 순례계획을 수립했다가 취소되기를 몇 번 금년에는 꼭 도반들과 함께 가보고 싶기 때문이다.
봄 비 치고는 제법 많이 내리는 우중에 과속을 해가면서 천안으로 향했다. 10시 정각이 조금 넘어 천안시 태조산 소재의 성불사에 도착하였다. 허급지급 계단을 오르는데 사시예불을 올리는 목탁소리가 들렸다. 준비해간 공양물을 불단에 올리고 열 명의 도반들이 사시예불 집전(노전스님 동안거 해제 후 휴가 중이므로)을 하시는 혜전(慧田)스님을 중심으로 좁은 대웅전 법당 좌우를 가득 메꾸었다. 예불, 천수경, 반야심경, 축원 등등 긴 시간동안 예불을 마치고 나니 11시경이 되었다.
혜전 총무스님 처소로 스님과 함께 이동을 하였다. 가파른 돌 계단(돌과 흙으로 되어 있고, 소나기가 내리면 빗물에 계단이 쓸려내릴 것만 같아보였지만, 발 길에 와 닿는 느낌은 다른 계단들과는 사뭇 기분이 달랐다.)을 내려가다 우측에 있는 스님 처소는 주변의 수려한 수목들과 자욱한 안개가 감싸안고 있었다. 따뜻한 온돌방에 은은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들어서자 마자 지난 주에 중국 순례를 다녀오시면서 보이차를 사오셨다면서 스님을 찾아간 도반들에게 보이차를 대접하셨다. 30여분 담소를 나누다가 점심공양을 하러 공양간으로 이동을 하였다. 아침을 거른 후 간식으로 배가 고픈데다가 오랫만에 절 집에서 점심공양을 하니까 입맛이 좋아서 작은 밥공기 두 그릇을 비웠다.
점심공양 후에는 식수를 구하러 외출하셨던 주지스님이 들어오셔서 모두 강당으로 이동해서 원경 주지스님으로부터 도반들의 근기에 맞는 법문을 들었다. 시원스럽게 알아듯기 쉽게, 단도직입적으로 속세의 단어를 많이 써가면서 법문을 해주셨다. 도반들의 많은 질문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쉽게 답을 주셨다. 절 살림을 많이 살아보신 경험이 역력해보였다. 봉은사에 총무스님 소임을 맡아보셨다고 하니, 절 집 살림을 사는데에는 전문가처럼 보였다. 법문 중에 걸려오는 전화, 점심공양도 못 하셨다는 주지스님의 법문을 마무리하고, 다시 혜전스님 처소로 자리를 옮겨서 이번에는 혜전스님의 법문과 도반들의 수 많은 질문과 응답으로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안시내 음식점으로 자리를 옮겨서 저녁공양을 스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고서야 귀가 길에 올랐다.
점심 공양 후, 바깥에는 빗 방울이 떨어지고, 안개는 자욱하고, 창문을 통해서 보이는 바깥 모습은 구름을 타고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따뜻한 방안에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보이차에 이어서 녹차, 고엽차, 우롱차, 그리고 원하는 도반들에게 제공되는 커피까지........ 게다가 평소에 궁금하였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듣고 있는 몇 시간은 정말 소중하고 보람있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신행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덕망이 있으신 스님을 가까이서 긴 시간 동안 차담을 나누어본 적이 없었다.
<원경 주지스님>
* 재가자는 스님과는 달리 오욕락을 취사선택을 하면서 적당하게 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
* 스님처럼 재가자가 지계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 보살은 승만경을 거사는 유마경을 읽어보길 권한다.
* 오늘 이 시간 이렇게 만난 것이 얼마나 큰 인연인가를 확률적으로 설명을 해주셨다.
* 내 자식에게 쏟는 정성의 반만이라도 부모님에게 가져라. 현대인들 대부분은 자식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가지지만 부모님에 대한 공경심이나 사랑이 부족한 것을 지적하셨다. 이러면 안 된다.
<혜전 총무스님>
* 간화선 수행이나 각종 계를 스님이 하는 것처럼 재가자에게 요구하는 것이 과연 합당하냐?
* 신행생활을 함에 있어서 인연이 닿는 절과 맘에 끌리는 부처(불상)님, 그리고 나에게 가장 적당한
경전(나의 소의경전)과 인연이 닿는 스님(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신행점검)을 만나야 한다.
* 초기불교가 [귀의불교]로써 내가 곧 부처가 되고자 하는 것이었다면, 현재는 대승불교로써 [예경불교]이다. 그래서 초기불교와 지금의 선불교(참선)에서는 법문이 없고, 목탁, 염불, 예불이 없다. 오로지 참선만이 해탈의 길로 가는 방편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조계종에서는 귀의불교와 예경불교가 혼재되어 있어서 가끔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지금 나의 근기를 봐서 어느 것을 택할 것인지?
* 족자 ; 現今卽是 更無時節 ( 현재의 중요성을 의미함. here and now )
* 재가불자가 지켜야 할 오계는 상황에 따라서 융통성 있게 적용하자. 현실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 양서( 불교, 기독교 교양서적 수준으로 객관적으로 기술한 책 )를 권해보자.( 가족 중, 다른 종교자에게 ) 서로가 다른 사람의 종교를 인정하되, 잘 못 된 삿된 길이나 외곬수로 나가지 않게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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