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

인성교육진흥법 - 접근방법에 문제 있다

圓鏡 2015. 2. 2. 16:20

인성교육진흥법 - 접근방법에 문제 있다!

 
 2014-06-03 (화) 16:36
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목차
 
1. 인성교육은 왜, 누구를 위해 하는가?
2. 인성이 나빠진 원인은 무엇인가? 
3. 인성교육진흥법 발상과 접근법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4. 인성교육으로 인성이 좋아진다는 증거가 있는가?
5. 그렇다면 인성교육 하지 말아야 하나?
6. 인성교육 어떻게 해야 하나?
7. 선생님들에게 드리는 부탁
8. 국회의원들에게 드리는 부탁
 
   ‘인성교육진흥법 제정안’이 지난달 26일 여야 국회의원 102명의 명의로 발의되었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바른 인성에 대한 각성이 사회적 요구로 떠오르자 그동안 추진해오던 것에 속도를 내서 법제화를 할 모양새다. 승객 수백 명을 버려둔 채 선장 선원들만 먼저 서둘러 배를 탈출하는 직업윤리 의식을 보고 누구나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을 것이다. 
   이 법안은 인성교육 정책의 목표와 추진방향 등을 심의하기 위해 교육부장관 소속으로 ‘국가인성교육진흥위원회’와 인성교육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인성교육진흥원’을 각각 신설하고, 교육부장관은 인성교육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관계 중앙행정기관장 협의와 국가인성교육진흥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인성교육진흥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이 법안은 인성교육을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으로 정의하고 있다. 
   지난 2월에 한국교육개발원이 공개한 전국 만 19세~75세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교육여론조사 2013”에 따르면 ‘학생의 인성교육이 학교 교육과정보다 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답변(65.1%)이 1위를 기록한 것만 봐도 인성교육에 대한 필요성은 매우 높다.
   인성교육의 역사는 교육의 역사만큼이나 깊다. 가깝게는 1995년 만들어진 5.31 교육개혁 플랜에도 인성교육이 포함되어 있고, 1997년 고시된 7차 교육과정부터 실천을 통한 인성교육이 범교과 주제로 등장한다. 한편, 이명박 정권 초기부터 창의인성교육의 형식으로 인성교육이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일로는 2012년 5월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스승의 날 기념식에서 '인성교육 실천 범국민운동'의 전개를 선언하면서 같은 해 7월24일에는 프레스센터에서 160여개 인성교육관련 기관, 단체 등과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인실련)'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인성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언론을 비롯해서 문제 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현재 국회의원들이 추진하고 있는 인성교육진흥법의 접근방법에 대해서는 우려스러운 점이 있어서 이를 지적하고 개선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1. 인성교육은 왜, 누구를 위해 하는가?
   우선 “인성 교육을 왜 하는가, 누구를 위해서 하는가?”에 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학교 폭력, 청소년 범죄 등이 심각해지고, 교권의 침해 사례까지 늘자 우리 사회는 모두가 ‘인성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청소년의 문제행동을 인성의 관점에서만 보는 어른들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 청소년의 이런 문제는 그들의 정신적, 심리적 건강이나 정서적 웰빙의  갈구 내지 스트레스 발작이라고 봐야 한다. 인성교육을 이야기 하려면 우리 사회와 어른들이 이들의 정신적 혹은 정서적 건강과 안녕을 지켜주지 못한 성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똑 같은 문제적 현상을 인성의 결핍문제로 보느냐, 아니면 청소년의 심리적, 정서적 건강을 기성사회가 지켜주지 못한 문제로 보느냐는 매우 접근이 다르다. 지금까지 바른 인성이 키워질 수 없었던 것은 경쟁적 입시위주의 교육과도 관련이 깊다. 바람직한 인성이 길러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일은 소홀히 하고 있다가 이제 상황이 심각해지자 인성교육을 새삼 강조하고 법제화까지 서둘고 있는 것은 그리 건강한 접근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학교 폭력이 늘고, 학생들의 거친 언행으로 인해 교실 질서의 유지, 교권의 유지가 어려우니 학생을 대상으로 인성교육을 강화해야겠다면 이는 문제 있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인성교육은 일반사회, 가정, 학교의 어른들이 모범을 보이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인성교육을 법제화하겠다는 접근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이런 접근은 자칫 나쁜 인성은 아동의 탓이며, 인성교육은 자라는 아동의 교육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어른들의 생존이나 국가 입장에서 학교제도의 유지를 위한 것이란 오해를 살만하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통해 인성교육이 가장 절실한 대상은 어른들이란 점을 학생들은 분명히 확인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아동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인성교육진흥법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인성을 나쁘게 만드는 제반 환경은 그대로 유지한 채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인성교육은 그 타당성도 부족하거니와 인성교육의 속성상 기대하는 효과도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2. 인성이 나빠진 원인은 무엇인가? 
   이번 인성교육진흥법 추진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인성교육 강조의 동기, 아동을 우선적인 변화의 대상으로 삼는 점, 인성문제를 아동의 정서적 웰빙의 문제로 보지 못하는 인식의 수준 등이 마음에 걸리기 때문일 것이다. 
   아동의 인성은 하루아침에 나빠지거나 좋아지지 않는다, 사람의 성품은 유전적인 면도 있지만 오랜 세월 살아오면서 삶의 경험을 통해 형성된 것이다. 아마 나쁜 인성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들은 사회 환경일 것이다. 크게는 가정환경이고, 그 다음은 또래들 간의 관계, 인터넷 환경에서 오염된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런 환경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인성이 병들고, 교육이 병든 것은 사회가 병든 데서 기인한 면이 가장 크다. 따라서 근본적인 인성교육은 병든 사회가 건강해지는 것이다. 병든 사회의 중심에는 늘 어른들이 있다. 따라서 오늘날 아동의 인성이 나빠진 것은 어른들이 바른 인성을 보여주지 못했거나 인성에 유해한 환경을 만들고 강화해온 것이 큰 이유라고 봐야 한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어른은 부모와 교사일 것이다. 하지만 부모와 교사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인성이 좋아질 수 있는 교육을 할 수 없는 여건은 사회와 정부가 함께 만들었고 유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오늘날의 부모와 교사는 그 짐이 너무나 무겁다. 하지만 부모와 교사가 좋은 인성의 모범이 되는 것이 인성교육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란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아동들이 충분히 이성적이지 못한 것을 발달 측면에서 이해할 필요도 있다. 이성적인 행동이 부족한 것은 아동의 뇌의 발달과 관련이 있다. 조물주가 인간을 설계할 때 아동의 감성과 감정표현은 11-12세면 거의 다 발달 되도록 만들었지만, 이성은 20세 초반까지 계속 발달하며 미완성이다. 게다가 요즘의 아동들의 뇌는 과거 산업시대와 달리 매일 수많은 강한 자극 속에 산다. 따라서 감정처리를 담당하는 아동의 뇌의 부위가 늘 과활성화 상태다. 이렇게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가 아동을 충동적이게 만든 면이 크다. 또, 디지털 원주민들은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며 혼자 지내는 시간이 과거보다 크게 증가하면서 사회성, 감성 능력, 공감능력도 떨어지게 되었다. 게다가 한국의 경우 아동이 스스로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찾기 어렵다. 이는 타국의 아동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뜻이다. 이런 환경들이 아동을 과거보다 더 충동적이고 참을성이 부족하게 만들었다.
   아동의 인성을 해치는 그 다음 주요 원인으로 평가제도를 꼽을 수 있다. 학생을 성적순으로 줄을 세우는 것이 문제다. 한국에서 학업성적이 떨어지는 학생은 단지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자존감 상실, 학교를 다닐 의미와 동기 상실로 이어진다. 그래서 청소년들에게는 공부 스트레스가 가장 큰 편이다. 그리고 상대평가 내신제도도 아동의 인성을 해치는 데 큰 몫을 한다. 옆 친구가 못되어야 자기가 잘 될 수 있는 제도가 상대평가이기 때문이다. 함께 배우고 함께 성장하자는 생각이 싹틀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이 상대평가 제도로 인해 교사와 학생의 관계도 나빠진다. 어떤 학생의 표현을 빌면 “교사는 나의 성적 향상을 위해 이용하는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3. 인성교육진흥법 발상과 접근법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이상에서 살펴본 나쁜 인성의 원인을 인정한다면 인성교육진흥법의 발상의 문제점이 분명해진다. 첫째, 어른의 인성을 바르게 갖추는 노력과 인성을 해치는 교육제도를 바꾸는 노력을 동시에 하는 것이 옳다. 먼저 기성 사회의 어른들이 개인별, 가정별로, 또 단체별로 좋은 인성 갖추기 실천운동을 펼쳤으면 한다. 이런 노력이 병행되지 않고 아동만을 인성교육의 대상으로 삼으면 이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이런 필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인성교육의 대표적 전문가 중 한 사람인 코헨 박사는 자신의 책(Educating Minds and Hearts, 1999)에서 ‘초등학교 5, 6학년만 되면 인성교육이 위선임을 안다. 어른들 스스로는 실천하지 않으면서 아동들에게만 요구하는 인성교육은 한계가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오래전부터 인성교육이란 용어 대신 ‘사회성, 감성 교육’을 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하버드 대학 교육출판사에서 최근에 펴낸 한 책(Behavioral Code, 2013)에서 저자는 ‘아동의 문제 행동을 변화의 대상으로 삼는 어떤 시도도 성공한 적이 없다. 교사의 의식과 행동이 바뀌고 이를 통해 아동과의 관계가 좋아지며, 의미 있는 소통이 이루어질 때만 아동은 변한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필자가 운영하는 단체에서 곧 번역서로 낼 예정이다.
둘째, 학생인성의 교정이란 인식에서 벗어나 시스템과 환경의 탓, 심리적 건강이나 정서적 웰빙의 문제으로 보고 아동의 인성을 해치는 다양한 환경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환경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어른들의 아동존중 문화, 입시제도, 내신 상대평가제도, 학교문화, 관개(학생과 부모, 학생과 동료, 학생과 교사 간의 관계) 개선 등이 있다.
셋째, 성과 평가의 방식이다. 현 법안처럼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이 평가하게 하고 이것에 대한 책무성을 강하게 요구하면 인성교육이 보여주기식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성과의 평가는 교육부장관과 교육감이 아닌 제3의 기관이 맡게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미국처럼 인성교육이나 사회성감성교육 전문 기관이 3~5년에 한 번씩 인성교육 우수학교로 인증을 해주는 방식을 우리도 적극 검토해보면 좋을 것이다. 
  미국의 인성교육 성과 인증제도를 소개하면, 미국은 CEP(Character Education Partnership: www.character.org)라는 기관을 통해 인성교육의 성과가 좋은 학교를 인증해주고 있다. 요건을 갖추면 3년 동안 유효한 SSOC(State Schools of Character) 인증을 해주고 3년이 끝나면 전국 수준에서 평가해서 자격을 갖춘 학교는 5년간 유효한 NSOC(National Schools of Character) 인증을 받게 된다. 한국도 제3의 비영리 기관이 성과를 평가하고 인증마크까지 달아주는 방식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Francis Howell Middle School 인성교육성적표
 
2002년
- 32.03%의 학교 밖 정학감소
- 73.52%의 교내 정규반 정학 감소
- 81.93% 방과 후 학교에 남기 처벌 감소
- 62.83% F학점의 감소
● 2011년
- 5개 교구 소속 중학교 중에서 문제행동 처벌 회수가 가장 낮고 출석률이 가장 높은 학교가 됨
 
4. 인성교육으로 인성이 좋아진다는 증거가 있는가?
   이번 인성교육진흥법 도입과 관련해서 ‘미국은 1994년 인성교육을 명문화한 ‘학교개선법’을 연방법으로 제정했고 주정부까지 인성교육을 의무화하는 법률을 따로 제정하고 예산까지 지원토록’ 하는 등의 내용을 인용하고 있다. 미국이 인성교육에 대한 연구 선진국인 것은 맞다. 미국도 한국과 비슷한 목적으로 1980년대부터 인성교육을 강조했지만, 미국 연방정부가 발주해 수행한 2010년 보고서에 따르면, 인성교육이 학생의 행동의 개선이나 이를 통한 학업성취도를 향상시키는데 실패했다. 
   실패의 근거로 다음 두 가지를 인용한다.
 
<인용1>
“인성교육의 효과에 대해 미국 연방정부가 발주해서 수행한 2010년 보고서에 의하면 인성교육을 통해 학생의 행동의 개선이나 이를 통한 학업성취도의 향상은 일체 일어나지 않았다.”
"October 2010, the largest federal study yet found that schoolwide Character Education programs don’t produce any improvements in student behavior or academic performance."
 
<인용2>
“미국 교육부의 후원으로 발표한 2007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의 대부분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은 그 효과성을 증명하는데 실패했다.”
“A 2007 report released under the auspices of the U.S. Department of Education also found that the vast majority of character education programs have failed to prove their effectiveness.”
 
   인성교육이 현재의 한국적 접근으로는 미국처럼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인성교육(필자의 입장에서 '사회성-감성 교육')은 모든 아동, 어른들에게 필요하지만 가장 필요한 대상은 대개 어릴 때부터 부모와 애착관계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 아동들이다. 그리고 해체된 가정의 자녀를 상상해 보자. 이런 아동의 정서는 항상 불안하다. 인지적 학습의 기반이 되는 사회성-감성 능력, 인지능력 모두가 제대로 발달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공부를 못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에서 공부를 못하게 되면 다양한 차별을 받는다. 때론 이것이 왕따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잠깐만 상상해 봐도 학교중심의 인성교육만으로는 효과가 있기 어렵다. 문제행동의 뿌리를 봐야 한다.
  미국을 비롯해서 북유럽까지 최근 사회성-감성 교육이 강조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1세기 눈부시게 발전한 교육인지신경과학의 연구결과가 사회성-감성 교육의 중요성을 잘 뒷받침해 준다. 인성교육이란 용어를 이미 쓰기 시작했으므로 용어는 그대로 두되 내용은 사회성-감성교육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많은 학교들이 사회성-감성 역량을 키워주었더니 학교 중퇴, 지각, 폭력 등이 줄어들었다는 사례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최근 교사를 위한(not 학생을 위한) 사회성-감성 교육이 교사 연수 프로그램의 필수내용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사가 자신의 감정 조절과 통제가 잘 안 되는 상태에서 학생의 사회성-감성 교육이나 인성교육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도 교사를 위한 사회성-감성 스킬을 먼저 배우게 해서 교사 스스로가 험한 아이들의 언행 앞에서 상처받지 않고 임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이런 접근을 할 때만 한국적 인성교육도 성공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아울러 아동을 둘러싸고 있는 관계를 먼저 살펴야 한다. 부모와의 관계, 또래와의 관계, 교사와의 관계 중 어느 하나라도 고장이 나 있으면 인성교육은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인성교육은 하면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마음 상태가 인성교육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을 때만 학습이 일어난다. 인성교육의 준비 1순위는 교사와 부모에 대한 신뢰관계 형성이다. 인간의 뇌는 신뢰하지 않는 사람이 하는 교육에는 귀기울이 않기 때문이다.  인성교육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5. 그렇다면 인성교육 하지 말아야 하나?
   인성교육은 해야 한다. 하지만 인성교육에 대한 인식부터 달리해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성공하는지 인성교육의 원리를 제대로 알고 해야 한다. 
   인성교육에서 긍정적 성과를 낸 국내의 한 사례를 보자. 충남 서산 대산고등학교의 1인 2기 교육, 3행(行) 3무(無)를 통한 인성 교육이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인 2기 교육’은 학습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한 비교과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으로, 학생들은 음악과 체육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한다. 전체 학생이 유도를 배우기도 하고 주말을 이용해 야구·축구·농구·배드민턴 등 다양한 분야의 스포츠 팀을 결성해 운영하기도 한다.
   한편, ‘3행 3무’는 교사와 제자가 함께 실천하는 것으로, 교사는 3행(연구, 칭찬, 상담) 3무(불친절, 편애, 불신), 학생은 3행(수업 집중, 인사 잘하기, 깨끗이 하기) 3무(폭력, 왕따, 도난)를 실천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 이후 학교 분위기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한다. 한편, 충남 청양에 위치한 장평중학교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현악 합주 프로그램을 통해 인성 및 감성 교육을 한다고 한다. 전문 음악 강사를 초빙해 수업하는데,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관내 독거노인과 결연해 매달 위문 공연도 하고, 비단 음악 연주뿐 아니라 음식도 대접하며 봉사활동도 겸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이다. 
   이상의 사례에서 보면 인성교육은 교사의 변화로부터 혹은 교사의 변화와 함께 시작되어야 하고 다양한 체험 중심의 배움과 삶의 일부로서 이루어지는 봉사활동 등을 통해 인성이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입시중심의 교육, 절대적인 성취목표의 달성 여부보다는 남과의 경쟁해서 이겨야 좋은 점수가 나오는 상대평가의 문제점 등을 고스란히 두고 법으로 인성교육을 강제하는 것에만 의존하는 것은 또 하나의 전시행정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6. 인성교육 어떻게 해야 하나?
   인성교육 프로그램은 매우 다양하고 각기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2년 전 미국의 대표적인 인성교육 학회에 참가해서 배운 것 한 가지를 공유한다. 이는 인성교육에 대한 인식을 넓혀 준다.
 
▶ 효과가 보장되는 인성교육의 11가지 원칙 
 
① 인성교육의 기초(foundation)로 삼을 핵심 윤리적 가치(core ethical values)를 설문, 토론 등을 통해 정의한다. 
② 인성교육을 사고력(thinking), 감성(feeling), 실천(doing)까지 포함하도록 종합적으로 정의한다. 
③ 인성교육을 학교생활의 모든 측면(all aspects of school life)과 연결시키는 종합적 접근(comprehensive approach)을 한다. 
학교 자체가 예의바르고(civil), 남을 배려하며(caring), 정의로운(just) 사회의 축소판이 된다. 
⑤ 학생들이 핵심적인 윤리적 가치를 일상적 학교생활에 적용하고(applying core values everyday)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offering opportunities). 
⑥ 인성교육과 학업(academic learning)을 분리하지 않고, 상호보완적일(mutually supportive) 수 있도록 운영한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의미 있고 도전적인 학업성취목표(meaningful and challenging academic curriculum)를 갖는 커리큘럼을 제공함으로써 모든 학습자를 존중하고, 인격을 개발하며, 성공을 돕는다. 
⑦ 학생들이 윤리적으로 옳은 판단을 따르려는(doing what their moral judgement tells them is right) 강한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를 유발한다. 
모든 교직원들은 인성교육을 공동의 책임(sharing responsibility)으로 받아들이며, 학생들이 지키기를 바라는 핵심가치를 교직원들이 철저히 지키는(adhering to the same core values) 윤리적 학습공동체(ethical learning community)가 된다. 
⑨ 학교는 교직원들과 리더십을 공유하고(shared leadership) 인성교육에 대해 장기적 지원을 한다. 
⑩ 인성교육 과정에 가정과 지역사회를 파트너로 참가시킨다(involving parents and community members). 
⑪ 인성교육의 평가(assessing results and strives to improve)는 다음 3가지를 포함한다. 
 - 학교의 문화 
 - 인성교육자로서의 교직원의 역할 
 - 학생 인성의 향상도 
출처: Character Education Partnership 2004 (http://www.character.org/about/)
 
   이상의 11가지 원리를 보면, 인성교육이 성과를 거두려면 학교문화를 바꾸는 일이 필수적이다. 그 중심에 교사가 있다. 교사가 윤리적 학습공동체로 변해야 한다. 교사가 좋은 인성의 모델이 되는 것이 인성교육의 시발점이며 핵심성공요인이다. 
 
   필자는 인성교육이란 용어 대신 사회성, 감성 교육이란 용어를 쓰기를 제안하고 싶다. 그 이유는 코헨 박사의 얘기처럼 마치 학생만 인성이 나쁜 것과 같은 인상을 주고, 학생을 변화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어서 학생들의 거부감이 클 수 있어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회성, 감성은 기본적으로 개념이 아래와 같이 간명하다. 학생의 거부감도 없다. 인성교육처럼 애국, 공정, 용기 등의 거창한 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 사회성, 감성 교육의 핵심 요소
 
 
출처: http://casel.org/why-it-matters/what-is-sel
 
  위 5가지 사회성-감성 스킬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게 하며, 남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갖게 하고, 또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며,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도전적인 상황에 건설적이고 윤리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아동 청소년들에게는 화를 진정시키고, 친구를 사귀고,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며, 윤리적이고 위험에 빠지지 않을 좋은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능력이다. 또, 사회성감성 학습은 안전하고 배려가 넘치는 학습환경(learning environment)을 만들기 위한 학교개혁의 토대가 된다(CASEL).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아동을 위한 인성교육(필자의 용어로는 사회성-감성 교육)과 함께 어른을 위한 인성교육(필자는 사회성-감성 교육)이 강조되고 먼저 도입될 필요가 있다. 지난 4월 초에 열렸던 미국의 대표적 교육학회(AERA)에서도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SEL) in Teacher Preparation: Emerging Policy, Research, and Programs'에 관한 발표가 있었는데 핵심은 교사를 양성할 때 교사 스스로 자신의 감정 조절과 통제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교사 양성과정에서 키워주자는 것이며 수많은 주들이 이미 이를 실행하고 있다. 핵심 목표는 다음과 같다.

-교사가 자신의 SEL 역량(지식, 스킬, 마음 습관)을 갖춘다.
-교사가 교실의 사회적-감성적 환경을 관리하는 능력을 갖춘다.
-교사가 학생의 SEL 역량을 키우고 ‘마음습관’을 강화하는 능력을 갖춘다.
 
7. 선생님들에게 드리는 부탁
   모든 관계 맺음에 기초가 되는 능력은 공감능력이며, 이는 타인의 눈을 통해 진정한 세상을 볼 수 있는 능력입니다. 선생님부터 공감 능력을 충실히 갖추어 주십시오. 학생들에게도 공감 능력을 키워 주십시오. 이것이 아동에 대한 최대의 존중이며 인성교육의 출발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읽은 인성교육 책(Educating Minds and Hearts, 1999)에서 교사들에게 공감능력과 관련된 내용의 일부를 인용합니다. 
 
<인용> : 공감
● 모든 관계 맺음에 기초가 되는 능력은 공감능력이고 타인의 눈을 통해 진정한 세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이다. 이는 생각보다 배우기 매우 어려운 능력이다. 
●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공감능력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럴까? 
● 우리는 잠깐 시간을 내어서 우리의 자녀, 우리의 학생, 우리의 동료가 우리를 어떻게 묘사할지 얼마나 자주 생각해보는가? 
●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우리 학급의 학생들이 오늘 교실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어떻게 묘사할 지, 또한 우리가 학생들을 어떻게 대했는지에 대해 성찰해보는 시간을 자주 갖는가? 
● 나는 나의 학생들이 내가 하는 말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는 방식으로 말하고 행하는가? 
 
8. 국회의원들에게 드리는 부탁
   현재의 법안 내용만으로는 인성교육은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먼저 인성교육의 원리에 따라 관련된 다양한 요소들(학교문화, 학생행동, 학업성취도 향상, 학교-가정-지역사회의 협력 등)을 동시에 개선할 때 성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법제화를 통해 인성교육을 오랫 동안 실행했지만 효과가 없다는 연방정부의 최근의 연구결과(Efficacy of Schoolwide Programs to Promote Social and Character Development and Reduce Problem Behavior in Elementary School Children, 2010)가 왜 그렇게 나왔을까를 다각도로 검토해봐 주십시오. 그래야 한국도 미국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현재의 입시중심 교육체제 속에서, 또 병든 사회 속에서는 바른 인성이 키워지기 어렵습니다. 이런 들것을 동시에 개선해 주십시오. 제발 변화의 대상을 학생에게만 국한시키지 말아 주십시오. 학교에서 교직원들이 또 사회, 가정에서 어른들이 바른 인성모델을 보여줄 때만 인성교육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어른을 위한 사회성-감성 교육을 동시에 시행해주십시오.
  인성교육은 학교문화를 바꾸는 일임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앞에서 소개한 인성교육의 11가지 원리 중 학교가 윤리적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을 때만 인성교육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도 유념해 주십시오.
  인성교육의 핵심성공 요인을 아동들에게 먼저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어른들 먼저 인성교육을 시키십시오!”라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마십시오. 어른들에 대한 불신, 인성교육에 대한 거부감이 의외로 높을 수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학생들은 어른들이 얼마나 부패했고, 탐욕적이며, 직업윤리가 바닥인지 분명히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또, 인성교육의 성과 평가도 미국처럼 제3의 기관이 하게 해 주십시오. 법안의 내용처럼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이 평가하면 전시행정으로 흐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법안을 더 보완해서 통과시켜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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