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의 포행
장마철이라 요즈음 비가 자주 내린다. 많이 내릴 때도 있고 지나가는 비가 대지를 잠시 적시고 한 낮의 무더위를 잠시 식혀주는 비도 있다. 오늘 심야부터 내일은 종일 많은 비가 내리는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를 하고 있다. 우리 절에서는 내일 큰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광명불교환경연대 창립식을 준비하고 많은 내.외빈들을 모시고 행사를 치르기에 곤란함이 있을 것 같다. 특히 현판식은 옥외행사여서 날씨에 따라서 행사의 형태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평소처럼 안양천 고수부지 산책길에 나섰다.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았는데 저녁 나절에 비가 내려서 아스팔트 포장된 도로는 적셔져 있고,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어서 다시 집을 되돌아 가서 우산을 들고 안양천으로 향했다.
예상대로 평소에 비해서 인적이 드물고, 자전거는 거의 눈에 뜨이지 않았다. 내일 행사가 있긴 하지만 휴일이고 하니, 맘이 편하다. 오늘 저녁만큼은 실컷 시간을 운동하는데 소비해도 부담이 없는 날이다. 금천교에서 시작한 산책이 철산교를 거쳐 광명교에 도달하였다. 뱀쇠다리 잠수료를 통해서 반대편 서울 금천구측 고수부지를 걷기 시작했다. 광명측에 비해서 숲에 가린 가로등 불빛으로 인해서 다소 어둡고, 행인들도 광명측보다는 훨씬 적었다.
그래서 맘을 고쳐 먹고, 이 참에 포행을 하면서 맘 수행이라도 좀 해보자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은 걸음걸이 속도를 많이 늦추었다. 그리고 우산으로 가까이서 내리 비치는 눈부신 가로등 불빛을 가리고 턱은 앞으로 당기고 전방 5미터 정도에 시선을 떨어뜨리고 발바닥의 느낌, 가끔 주변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 끝임없이 들려오는 빗방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평소보다 템포를 많이 늦춰서 걸었는데, 느낌으로는 평소에 걸어었던 그 길의 길이가 무척 짧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남은 거리와 시간에 촛점을 맟추고 걸었던 평소와는 달리, 오늘은 내 주변 현상들에 관심을 가지면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는데, 거리와 시간에 대한 느낌은 전혀 달랐다.
이런 도심 속에서 포행을 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가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한 가지 조건이 되는 셈이다. 조용하게 차분한 맘으로 이런저런 상념, 잡념, 번뇌망상과 함께 한 시간이 많았지만 혼자서 조용히 걸을 수 있는 주변환경이 좋았다.
다리 성능만 좋으면 하염없이 밤새 걷고 싶었던 비내리는 안양천변에서 .......... 원경합장( 2009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