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안개 낀 가을 아침에

圓鏡 2008. 10. 20. 23:12

 

 

이른 아침, 강북 강변도로를 달리면서 강건너편을 바로보니, 강남쪽 88올림픽대로가 보이지 않는다. 가을임을 알리는 자연현상이 여러 가지인데, 그 중의 하나가 짙은 안개일 것이다. 가을 하면 연상되는 것이 단풍과 낙엽, 맑은 하늘과 짙은 안개, 풍성한 과일과 코스모스 등이다.

 

밝은 보름달 빛 아래서 새벽녁에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보면, 시 한 수가 저절로 떠오른다. 이렇게 가을을 운치있는 계절로 만드는 것이 짙은 안개이다. 선선한 아침 공기와 함께 시야가 가려져서 운치가 더 하는 가을 아침, 내 맘은 잠시 가을걷이를 한창하는 들녁으로 가 있다. 저녁 해질녁이면 쌀쌀해지는 요즈음 어릴 때 기억을 잠시 떠올려 본다. 정겨웠던 어린 시절 고향마을에서 함께 놀던 친구들은 이제 중년의 신사들이 되어 세월따라 인연따라 각자의 길을 열심히 가고 있다.

 

나이 들면 들수록 세월의 연륜과 삶의 지혜가 쌓여서 점점 맑고 밝은 삶을 살아가야 할텐데, 점점 더 짙은 안개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삶이 안타깝기만 하다. 맑고 향기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참 나를 찾기 위한 수행정진을 더 하고 싶은 계절이 가을이다. 수행하기 좋은 계절, 가을을 맞이하여, 금년에는 새로운 다짐을 하면서 삼천배 철야정진기도하는 날을 기다려 본다.

 

2008. 10. 20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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