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길을 떠나기에 앞서

圓鏡 2007. 10. 20. 12:02

가을의 한 가운데서 가을 기분을 만끽하며 수행하러 먼 길을 떠나려고 한다. 어제 비가 내린 후로 바람이 불고, 날씨가 쌀쌀해져서 갑작스런 변화가 마치 초겨울을 연상케 하는 아침이다.  실내 공기도 쌀쌀하긴 마찬가지. 그러나 여행을 떠나려는 나의 마음에는 가을 기운으로 가득차 있어서 쌀쌀함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떠날 준비 하느라 바쁘기만 하다.

 

우리 절에서 철야를 하느냐 깊은 산중에 있는 절에서 철야를 하느냐 하는 차이 뿐이다. 오늘 밤 철야정진기도를 하기 위해서 떠나기로 오래 전부터 불교대학 도반들과 계획이 되어 있었던 터라, 지난 한 주간 모든 잡념과 스트레스를 훌훌털어버리고 떠나기로 하였다. 이 여행을 떠나려고 어제는 늦게까지 잔무를 마치고 오늘 새벽 두 시경에서야 귀가 하였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의 사계절은 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듯이 한 사람 한 사람 개개인들에게도 세월의 시간은 어김없이 찾아 온다. 이것이 진리이고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머리로 이해를 하면서도 진실로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함에 따른 고통이 바로 중생들의 삶인 것이다. 사람의 생명은 유한하여 무한정 살 수 없다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무한히 살고 싶어하는 욕망을 가지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 심지어 무생물까지도  -  태어나면 죽는다. 연기법에 따라서 생(生)하고 멸(滅)한다.

 

2007.10.20  원경합장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00일 원력성취 기도 동참  (0) 2007.10.27
위기  (0) 2007.10.26
가을의 한 가운데서  (0) 2007.10.14
다수의 횡포  (0) 2007.10.08
금연  (0) 2007.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