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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바래봉 산행후기

圓鏡 2007. 5. 6. 18:28

 

오래 전부터 준비해 왔던 지난 주 설악산 등산에 이어서 이번 주말에는 갑작스럽게 지리산 바래봉 등산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이 좁은 남한의 땅덩어리 안에서 50년 이상 살아 오면서 나에게는 처음으로 지리산 등산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토요일 이른 아침 버스편으로 출발하여 11시 30분경 남원부근의 인월에서 등산은 시작되었다. 당일 귀가하는 일정으로 잡은 지리산 등산은 처음부터 가파른 산을 바쁜 걸음으로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반팔에 배낭을 짊어지고 오르는데 숨이 턱턱 막힌다. 얼굴이 달아오르고 등에는 연신 땀이 흐른다. 처음부터 이렇게 무리하게 등산을 하다가 오늘 해발 1천미터가 넘는 바래봉 종주나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앞서가는 일행을 따라 가느라 잠시 쉴틈도 없이 해발 1천 미터가 넘는 덕두봉에 올랐다. 덕두봉에서 바래봉이 가까이 바라보였다. 오늘의 최고봉이 바래봉이므로 한 숨 돌리면서 등산에 자신감을 얻었다. 해발1160미터의 바래봉( 스님들의 발우/바리때를 엎어놓은 모양이라고, 음변하여 바래봉이라고 한다 )에 올라서 일행을 찾아보니 벌써 하산을 한 모양이다.

 

뒤 따라 가는 발걸음은 바쁘기만 하다. 철쭉군락지(팔랑치)에 이르면 아무리 늦어도 사진이라도 좀 실컷 찍고 가려고 맘 먹고 그 곳에 당도하고 보니, 1~2 주일 뒤에 만개할 것이라는 철쭉꽃 대부분은 꽃 봉오리초차 보여주지 않아서 크게 실망했다. 간혹 이르게 핀 철쭉꽃으로 꽃구경을 대신하고, 세걸산 방향으로 하산하는데 주력하였다. 여기서 잠시 주변을 한 번 둘러보니 반야봉, 노고단 등 높은 산들이 아득하게 먼 곳에 펼쳐져 있었다.  한국전쟁시기에는 이 깊은 산골짜기에서 피아가 피비린내나는 전쟁을 치렀다는 생각이 잠시 스쳐갔다.

 

이 곳의 철쭉군락지는 광범위하고, 수령이 오래된 철쭉 한 포기는 아주 크고, 산책로를 차량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게 만들어 놓았고, 철쭉이 많은 곳에는 등산로를 나무계단으로 만들어 놓아서 꽃구경하기에 좋은 환경이었지만 때를 맞추지 못 해서 꽃구경을 즐기기 못한 것이 아쉬웠다.

 

이곳에 철쭉이 많은 이유는 오래 전에 외국에서 젖소를 들여와서 여기에 방목을 했다고 한다. 다른 것들은 모두 소가 뜯어 먹었는데 철쭉만은 먹지 않아서 철쭉이 왕성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철쭉나무 잎이 소에게는 독성이 많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팔랑치를 지나자마자 바로 우측계곡을 향해 운봉방향으로 하산을 하여 산덕리에 당도하고보니 귀가할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 종일 맘에 여유가 없는 산행을 했다는 것과 하산길이 계곡을 끼고 아주 완만한 것에 비해 등산 처음부터 너무 가파른 산길을 시간에 쫓겨서 바쁜 걸음으로 힘들게 산행한 것이 아쉬웠다. 산덕리 주변에는 벌써 논에 물을 넣고 모내기를 준비하고 있고, 상당히 많은 논은 이미 모내기를 마친 상태였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