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연무대

圓鏡 2007. 1. 25. 21:17

지금은 천안-논산간 고속도로를 타고 가면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연무대란 곳이다. 30년전 초여름 어느 날 초저녁 대구에서 입영열차편으로 대전으로 이동하고, 다시 완행열차편으로 갈아타고 연무대역에 도착했을 때에는 아침에 가까운 새벽녁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마도 하루 밤을 연무대 근처에서 자고 이튿날 오전에 연무대 정문을 통과해서 걸어서 들어갔던 희미한 기억이 있다. 그 당시 기억으로 남아 있는 단편들을 모아서 오늘 찾아가 본 연무대와 입소대대는 부대근처 분위기부터 그 당시와는 많이 달라 보였다. 바로 그 곳에 오늘 큰 아들을 입소시키고 돌아왔다. 그 녀석은 대학진학 후, 해가 거듭할수록 자꾸 나이 의식을 하면서, 자기보다 나이 어린 동생들과 함께 군대생활을 하게 될 것에 대한 부담을 가진다는 것을 곁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작년부터 내가 여러 번 군복무를 독려하게 되었고, 마침내 오늘은 논산에 있는 "육군훈련소"에 입대를 시키고 돌아오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내 맘도 무척 무거웠다.

 

30년전 그 당시에는 오늘처럼 입소식 전에 환영행사(노래자랑-입영장병들과 가족.친구들의 울적한 마음을 해소해주기 위해서?)도 없었거니와 입소식에 가족들이 동참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또한 전국에서 온 입영장병들과 그 가족들이 승용차편으로 입영식 연병장까지 들어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당시에 기억나는 또 다른 것은 훈련소 연병장에는 "구타금지"라는 구호가 입간판 형태로 여기저기 서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상호존중과 배려의 병영생활"이란 것으로 진일보한 구호가 붙어 있었다. 그런데 그 당시에도 "구타"가 많은 가운데 앞으로 구타를 없애보자는 취지에서 그러한 입간판을 붙여 놓았던 것처럼, 아직은 "상호존중과 배려"가 잘 되고 있다고 믿기는 어려웠다.

 

수 백명은 족히 되어 보이는 의무경찰과 산업기능 분야 지원병들이 하나 같이 고교생 머리같이 짧은 머리에 건강해보이는 얼굴에 좋은 체격들을 가지고 있었다. 여러 날 동안 망설이다가 입영하기 전날인 어제서야 부랴부랴 머리를 짧게 깍은 큰 아들은 단정하고, 강인한 군인처럼 보여서 아주 듬직해보였다. 입영전 환영행사에 동참하고, 연병장에 장병들이 집합하기 전에 한 동안 TV의 홍보 영상물을 통해서 가족들과 입영장병들이 함께 연병장 스탠드에 선 채로 개선된 병영생활 일부를 보았고, 곧 이어서 입소식을 진행하는 진행자의 안내멘트에 따라 입영장병들은 마지막으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연병장으로 나섰다. 그 순간 내 맘도 울쩍했었고, 할 말을 잊은 채 큰 아들 등만 두드려 주고 말았다. 큰 아들도 별 말이 없이 함께 갔던 가족들과 손만 한 번씩 잡아보고서 바로 연병장으로 나섰다. 우리는 이심전심으로 할 말은 다했다고 생각한다.

 

요즈음 장병들은 인터넷을 통해서 미리 준비를 하고 입소를 해서 그런지 몰라도, 입소식을 하기 위한 몇 가지 행동요령을 연단의 조교를 통해서 단 한 번씩만 보여주고, 입영장병들이 직접 한 번 따라서 해 본 후에 바로 입소식으로 들어갔는데,  처음 하는 입소식치고는 아주 훌륭하였다. 차렷, 경례, 좌향좌, 우향우, 반동준비, 진짜사나이 군가 등등 ........ 아주 멋 있어 보였다. 입소식을 간단하게 마친 후 마지막 식순은 연대장이 있는 사열대 앞을 지나가는 것이었다. 사열대 좌우측 스탠드에 서 있는 가족들과는 마지막으로  먼 발치에서 인사를 할 수 있는 기회였다. 환호성을 울리는 젊은 이들이 있는가 하면, 많은 어머님들의 얼굴에는 눈물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 물론 우리 보살도 예외는 아니었다. 앞으로 2년간 병영생활을 하게 될 아들을 떠나보내는 내 마음도 어차피 해야 할 의무인데 하면서 시원하기도 하고, 고생한다고 생각하니 섭섭하기도 하고, 이래저래 맘이 착찹하였다.  지난 해, 11월, 12월 두 달간은 두 아들 녀석 군입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복학준비와 시기를 고려해서) 병무청으로 자주 연락하고, 인터넷을 뒤지고, 두 아들과 상의도 하고 고민도 했다. 그나마 단시간내에 군 문제가 해결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돌아오는 길에는 공주시 정안면에 있는 "마곡사"(제6교구 본사)를 들러서 아들의 무사한 병영생활을 기원하고 초저녁에 귀가하였다. 오늘 논산까지 함께 갔던 생질 녀석은 보름 후에 의정부에 있는 모 부대로 입대하고, 우리 작은 아들은 그로부터 일주일 후에 생질이 입대한 바로 그 부대로 입대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 집안에는 이번 달, 다음 달, 두 달간에 세 녀석들이 차례로 육군으로 가게 된다. 우리 아들 뿐만 아니라 입영장병 모두 무사하고 보람있는 군복무가 되길 기원해 본다.  지금은 한겨울 추운날씨에 고생하면서 훈련을 받게 되겠지만, 따뜻한 삼월에는 근무하게 될 부대로 배치를 받게 될 것이고,  내년 하반기쯤이면 군복무를 통해서 심신이 단련되어 의젓한 모습으로 수경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번 설날에는 세 녀석들이 빠져서 집안 분위기가 여느 명절과는 좀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070125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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