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새로운 불구( 佛具, 法具 )

圓鏡 2007. 1. 21. 03:26

사람이란 자주 어느 한 곳을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 주변에는 자주 다니는 그 곳과 연관된 흔적이나 자취들이 남게 마련이다. 불문에 발을 들여 놓은지 어느듯 만 3년이 지난듯하다. 2548년 1월에 일요법회법문을 듣고 싶어서 구름산 자락에 있는 금강정사를 찾았으니까. 그 당시 스님 법문은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하였다. 늘 바쁘고 빠듯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나 역시 법당에 들어서면 왠지 맘이 편안해지고, 법문을 들으면 쉽게 가슴에 와닿아 그 곳에 몰입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빠지지 않고 일요법회에는 참석 하였지만, 스님의 법문시간 전후로 있는 각종 불교의식은 낯 설은 나를 불편하게 하였다. 이러한 불편함을 극복하기 위해서 "기본교육"을 받게 되었고, 그로 인해서 "불서 독서반"으로 나가고, 다시 "불교대학"으로 연결되어 불교에 관한 궁금증을 풀고, 이해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지금은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참선반에 발을 들여 놓았다. 3개월간 진행되는 간화선 입문 프로그램은 오래 전부터 맘 속에 담아두고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참이라 큰 기대를 가지고 동참하고 있다. 이렇게 삼 년이라는 기간동안 나의 여유 시간을 불교를 이해하는 데 많이 할애하였다. 삼 년전에 비하면 많은 것을 배워서 지식으로 알았지만 앞으로 공부 하고 수행을 해야 할 곳이 어디까지인지는 하도 멀어서 알 수가 없다. "배움에는 끝이 없어라." 하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지난 주 졸업식 때, 부상으로 장식용 범종을 하나 받았다. 평소에도 불구(법구)들이 우리 집 여기저기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를테면 목탁, 다양한 염주, 향로, 탱화 사진액자, 부처님 조각상과 각종 보살상 등이다. 큰 방 입구 앞에 있는 테이블 위에는 이 범종이 포대화상과 함께 자리를 잡고 있다. 나와 아내는 아침에 일어나면, 그리고 큰 방 출입을 할 때마다 한 번씩 타종하는 습관이 생겼다. 타종 후 은은하게 오랫동안 퍼져나가는 종소리는 마치 나를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하려는 듯이 나의 귓전에 들려온다. 종을 몇 번씩 치면서 은은하게 들려오는 종소리를 듣고 있는 그 순간만이라도 맘을 가라 앉히고 고요함을 맛볼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주변을 의식하면서 목탁을 들고, 내림목탁을 한 번씩 두드려 보기도 한다. 작은 목탁에서 들려오는 맑고 향기로운 그 소리 또한 듣기에 좋다. 그러나 아파트에서 자주, 크게 칠 수는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문득문득 맘이 내킬 때마다 한 번씩 목탁을 쳐본다. 목탁의 의미와 범종의 의미를 새기면서 그 소리를 들어보면 또 다른 의미를 가져볼 수 있다.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면서 듣는 소리는 듣는 이에게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지만, 무의미하게 지나치는 이에게는 무의미하게 소음으로만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혼자서 찬불가나 염불을 하는 것보다는 단체로 여럿이 모여서 함께 하다보면 그 가운데 느낄 수 있는 기분이 또한 다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종교는 의식과 그러한 불구.법구들이 필요한 것 같다. 불자들이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들어볼 수 있는 것은 바로 목탁소리일 것이다. 법당에서 의식을 가지면 가장 많이 접하는 것이 목탁 그리고 요령 소리이다. 범종 소리는 쉽게 접할 수는 없지만, 큰 사찰에서는 새벽예불과 저녁예불 시간에 범종소리를 들어볼 수 있고, 큰 행사 시에는 법당 내부에 마련된 작은 종소리를 가끔 들어볼 수도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사물이란 범종을 비롯하여 법고(북), 목어, 운판을 이른다. 이러한 사물은 중생구제를 하기 위해서 소리를 내는데 쓰인다. 범종은 지옥에 있는 모든 중생들에게, 법고는 네 발을 가진 축생들에게, 운판은 날으는 짐승(새)를 그리고 목어는 물속에 있는 중생(물고기)들을 구제하기 위한 법구로 쓰인다. 이렇게 의미를 새기면서 새벽예불시간에 범종각에서 들려오는 네 가지 소리를 들으면 그 의미가 다르게 느껴진다.

 

20070121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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